기억하는 존재, 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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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웅 칼럼니스트

늦가을엔 가지치기를 한다. 웃자란 걸 쳐내 수형을 다듬는다. 주로 낙엽수들이다.

힘이 부칠 때쯤에야 나무도 아파할 것이란 생각이 든다. 톱과 가위로 뭉텅뭉텅 잘라내고 있잖은가. 망나니의 춤을 추는 것 같아 멈칫하곤 한다. 잎 진 뒤 계절 앞에 잔뜩 긴장하고 있는 나무들에게 이 웬 날벼락인가.

미국의 피터 톰킨스와 크리스토퍼 버드의 공저 ‘식물의 정신세계’엔 사람이 알지 못하는 얘기가 들어 있다. ‘식물은 아픔을 느끼는 생물이다. 외부로부터 높은 열을 받아 죽음에 이르면 동물이 숨 거둘 때처럼 경련을 일으킨다. 이산화탄소를 받아들이고 산소를 내보내는 게 식물인데, 이산화탄소 양이 과도하면 질식하고, 동물처럼 산소로 회생시킬 수 있다’는 것.

20세기 초, 인도의 자가디스 찬드라 보스에 의해서 밝혀진 것이기도 하다. 연구를 정리한 책이 나오자, 프랑스의 르 마탱지는 ‘어떤 여인을 꽃으로 때린다면 그 꽃과 여인 중 누가 더 아플까를 염려해야 할 판’이라는 기사를 내놓았다.

거짓말 탐지기의 일종인 검류계(檢流計)는 약한 전류를 사람 몸에 대어 그 사람의 심리상태나 감정에 따라 바늘의 움직임을 그래프로 보이는 기구다. 이를 이용해 미국의 클리브 백스터는 식물에 대한 실험에서 의외의 성과를 냈다.

우연찮게 그는 사무실에 드러시너라는 화초의 잎사귀를 불에 태우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알아보고 싶었다 한다.

불을 생각하며 성냥을 찾으려 하자, 그가 몸을 움직이려는 순간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화초에 연결된 검류계의 바늘이 갑자기 움직이고 그래프의 도표가 쭉 올라갔다. 그의 마음을 드러시너가 알았을까.

식물도 동물처럼 괴로워한다. 백스터가 한 실험 중에 이런 게 있다. 실내에 있는 거미를 사람이 잡으려 하자, 거기 있는 식물이 바로 극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한번은 바다새우가 끓는 물에 떨어져 죽을 때마다 필로덴드론이라는 식물은 매우 강하게 반응했다. 필로덴드론은 볼티모어의 신문 선(Sun)지 기자가 자기의 출생 연도를 짐짓 틀리게 대답한 것을 짚어 냈다. 리더스 다이제스트는 사람의 거짓말을 알아맞힌 이 일을 기사화했다.

‘범인 찾기’라는 실험도 있다. 두 그루의 식물이 있는 방에 사람이 들어가 하나를 뿌리째 뽑아 짓밟고 나왔다. 목격자인 식물에 탐지기를 연결하고, 누가 범인인지 모르는 5명 속에 가해자를 뒤섞어 한 사람씩 그 식물 앞을 지나가게 했다. 탐지 장치의 바늘이 범인이 접근하자 세차게 움직였다. 기억하는 존재, 식물!

식물의 오묘한 속내는 상상을 넘는다. 신경초(神經草)라고도 하는 미모사는 개미나 송충이 같은 해충이 줄기를 타고 오르면 재빨리 줄기를 들어 올리고 잎사귀를 접는다.

반사적인 움직임으로 침입자가 놀라 떨어지게 하는 것이다. 덩굴식물은 의지할 게 있는 데를 알고 그쪽으로 덩굴손이 더듬어 간다. 해 없는 밤, 서쪽으로 가 있는 꽃부리를 동쪽으로 돌려놓는 해바라기.

아리스토텔레스는 식물에도 영혼이 있다 했다. 식물은 몸이 상하면 아파하고 다른 동식물의 죽음을 슬퍼하며 사람의 마음을 읽는다. 또 사람과 고락을 함께한다. 한데도 인간은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며 식물의 마음을 읽으려 않고 내뿜는 피톤치드만 쐬려 든다.

가지치기하다 멈칫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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