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원하는 도서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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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세훈. PR Agency 컴일공일 이사/전 중앙일보 기자

도서관의 중요한 목표는 지역사회 문화 공동체의 중심으로 국민 행복을 구현하는 것입니다.

동광리의 한 작은 도서관은 국민 행복을 실천하는 사례를 보여줍니다.

“사람이 재산인데, 사람들 데려오느라 고생 많이 했습니다. 이제는 신도리, 구억리, 청수리, 저지리, 심지어 제주시에서도 옵니다.”

주민이 적은 마을의 작은 도서관에는 이용자들이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꾸준한 이용객들이 있다는 건, 또 멀리서도 온다는 건 그만큼 특별하다는 뜻입니다. 서귀포시 안덕면 동광리의 ‘동광 해바른 작은 도서관’은 작은 컴퓨터실과 비슷한 크기의 장서실 겸 열람실이 있는 2칸짜리 단추 구멍 만한 곳입니다. 그런데 사서인 고혜자씨는 2년 만에 완전히 다른 문화 공동체를 만들었습니다.

그는 2년 전 동네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쳐 보겠다는 생각으로 도서관에서 일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혼자서 도서관을 돌보기에는 너무도 일이 많았습니다. 장서의 분류표 마킹이 400여권 밖에 안 된 것을 확인했을 때는 좌절할 뻔했습니다. 책을 빌리러 오는 사람도 드물었습니다. 고민 끝에 이용자들이 원하는 것, 그중 우선 보고 싶은 책을 갖추면 이용자가 늘 것이라 확신했습니다. 그는 이용자가 원하는 책을 실시간으로 구입해주었습니다. 한 권이라도 그날 바로 주문해 가져오도록 하거나 직접 서점에서 구해왔습니다. 월별 예산은 한정돼 있었지만 외상으로 달았습니다. 중학생들이 전학 가는 것을 안타깝게 여겨 그들이 좋아하는 웹툰 만화도 구입했습니다. 대신 책 분류표를 붙이거나 책꽂이를 정리하는 봉사를 부탁했습니다. 그들은 즐겁게 일했습니다. 온 식구가 함께 분류표를 붙이고 책을 정리했습니다. 그게 고마워 그는 자원봉사 포털에 가입해 자원봉사증을 발급해 주었습니다. 학교에 연락해 자원봉사 학생도 추천 받았습니다. 그렇게 5000권의 장서에 마킹을 했습니다. 그게 시작이었습니다.

도서관은 매일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월요일엔 영어 파닉스, 화요일엔 영어 동화, 수요일엔 영어 동화와 성인 유화, 목요일엔 초등 미술, 금요일엔 한지공예 수업 등등. 그는 수업의 질을 중시합니다. 국제영어학교 학생들이 수업 봉사를 자원했지만,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수업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전문 강사를 물색했습니다.

작은 도서관에서 수업받을 사람을 모으고 1년 여를 진행한다는 것은 웬만한 열정이 아니면 불가합니다. 여기저기서 예산을 따고, 포스터를 부착하며, 마을 여러 모임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왜 쓸데없는 일을 벌이느냐”는 핀잔도 들었지만 밀어부쳤습니다.

또 중학생을 참여시키기 위해 보드게임(마블, 원카드 등) 시간도 만들었습니다. 팀을 만들어 토너먼트로 게임합니다.

그는 이용자들이 작은 도서관을 좋아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행복하기 때문이죠. 장서를 한눈에 다 볼 수 있고, 실시간으로 원하는 신간을 구입해주니까 만족스러워합니다. 또 자유스러워요. 부모가 애들과 함께 눕거나 앉아서 책을 봅니다. 매트도 가져와 깔고 책을 보다가 배 고프면 토스트나 차를 마실 수도 있어요. 좁은 공간에서 얘기하며 읽어도 편안하기 때문에 각자 집중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온 식구가 와서 큰 애는 수업 받고, 작은 애는 보드게임하며, 아빠 엄마는 책을 보고 있어요. 책 정리할 때는 모두 함께 작업해요.”

아이들이 누구와 어디서 어떻게 어울리는지도 모르고 불안해 하는 부모보다, 학원으로 내모는 부모를 원망하며 시간을 때우는 애들보다, 작은 도서관에서 함께 하는 가족은 훨씬 아름답고 행복한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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