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우리의 자화상
불편한 우리의 자화상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양길주. 수필가

마피아(Mafia)는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을 근거로 하는 범죄조직이다. 자국에서 정치적 폭력을 행사할 뿐 아니라, 20세기 들어서부터는 미국 등의 대도시에서도 마약과 도박, 금융 등에 관련된 거대한 범죄 조직을 형성하고 있다. 최근에는 범죄복합기업이라 불릴 만큼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그 세력을 뻗치고 있다.

이런 범죄조직, 마피아란 이름이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에도 공공연하게 떠돈다. 관피아(관료+마피아)란 용어가 떠돌 때만 해도 신기한 용어란 생각이 들더니 이제는 너무 흔한 용어가 되었다. 법피아, 해피아, 모피아(Mofia, 재정경제부+마피아), 철피아, 국피아, 군피아, 메피아…. 각계각처에서 잇속을 챙기고 있으니 붙여진 이름들이다. 가히 ‘○피아 공화국’이다.

세월호 참사가 지금도 여론에 잠복해 있고, 메르스 사태의 그 야단법석이 아직도 뇌리에 선하다. 관료사회의 무능과 부정·부패, 끼리끼리 봐주기를 얼마나 성토했었나.

방산비리에 대한 진상과 추측들도 냄비 끓듯 하다 식어가더니 30년 전 품질의 침낭 납품비리가 다시 여론을 들쑤신다. 지하철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숨진 19살 청년의 안타까운 사연의 후폭풍도 거세다. 공기업 퇴직 임직원들의 배를 채우느라 현장 직원들의 안전까지 방치하다 일어난 참사다.

266명의 목숨을 앗아간 가습기 살균제 사건도 돈과 권력, 전문 지식인이 얽힌 비리라니….

국민들은 이런 수많은 참상과 비리들을 넋 놓고 지켜보아야만 한다.

독일의 비정부기구인 국제투명성기구의 발표(2014)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국가청렴도지수는 175개국 중 43위다. 우리가 극복해야 할 일본은 15위로 까마득히 앞선다.

일본은 그들의 경제 쇄락을 진단하면서 정치인, 고위관료, 민간기업체 등 소위 ‘철의 삼각관계'에 대해 심층 해부한다. 관료들이 만들어내는 정책, 규제, 감독 등과 얽혀 부정, 부패, 부조리와 깊숙이 연관돼 있음을 밝혀낸다. 응급처방으로는 어림도 없다고 보고 권력의 지배구조 전체를 개혁의 대상으로 삼아 꾸준히 개혁해 나갔다. 그 결과가 오늘의 국가청렴도지수다. 우리가 가야할 로드맵이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앞서가야 할 우리가 항상 뒤쳐지는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없다.

TV만 켜면 패널들이 우리의 정치·관료사회의 비리에 대한 입방아다. 투명한 구석이 남아있나 싶을 정도다. 그만큼 부정과 부패가 만연해 있음이다. 어쩌면 우리의 불편한 자화상일지도 모른다. 뽑아주고, 눈감아버리고, 때로는 편 갈라 비호해 주기도 하니.

사회가 복잡해지다보니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들의 관료조직도 비대해진다. 그에 따른 업무도 복잡다기해지고, 감시, 감독 기능의 폭도 확장된다. 그와 연관된 공생적 유착의 연결고리도 그물망처럼 얽히게 마련이다. 정치인이나 관료들 중에는 공복으로서의 역량 발휘보다는 민원이나 감독, 로비에 더 관심을 쏟는 이들도 생겨난다. 국민 혈세를 놓고 서로 차지하려는 아귀다툼까지 벌어지는 형국에 이르렀다. 방산비리가 그 전형이다. 그게 불량 무기나 군수품으로 이어지니 국방력을 약화시키는 이적행위임에도.

그 외에도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기업이나 사회단체들이 저지르는 부정과 비리들.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다보니 식상할 지경이다.

이제는 부정·부패에 임시변통의 처방이나 수사(修辭)는 안 된다. 그렇잖아도 ‘금수저’, ‘흙수저’로 사회갈등이 도를 넘고 있는데 가진 자들의 망국적인 탐욕을 우리사회가 언제까지 용납하겠는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