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제주는 행복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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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희. 수필가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은 제주의 특산물을 먹고 싶어 한다. 그중에 갈치와 고등어가 인기다. 누군들 갓 잡아 올린 싱싱한 맛에 매료되지 않을 수 없으리라.

모처럼 서울에서 내려온 지인을 만나 꽤 알려진 향토음식점을 찾았다. 갈치조림을 먹고 싶단다. 네 사람 먹기는 충분할 거라고 주문했는데, 막상 접시에 담긴 조림에 얼굴이 흐려졌다. 근래에 부쩍 물가가 올랐고 특히 음식 값이 비싸졌다는 얘기를 듣긴 했었다.

예부터 후하게 대접하는 인심 좋기로 소문난 집인데…. 갈치가 비싸다는 걸 익히 알고 있었지만, 막상 이렇게 변한 모습에 당혹스러웠다. 오랫동안 서민들의 대표 먹거리로 갈치, 고등어는 제주인이 좋아하는 생선이다. 흔하고 저렴하던 생선이 어느 날부터 귀한 대접을 받고 있는 걸 보면 격세지감을 느낀다.

웬만한 음식점들이 관광객을 상대로 장사하는 집이 늘었다. 대형화한 식당마다 단체객으로 붐빈다.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까지 북새통이다. 오랜 단골이던 도민들은, 구석으로 내몰리다시피 서둘러 식사를 끝내고 나오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앞으로 오붓하게 대접 받으며 외식을 즐기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며 볼멘소리를 한다.

단지 갈치, 고등어가 비싸 먹기 부담스럽다는 것만이 아니다. 시장에 푸짐하게 널려 있던 싱싱한 바닷고기들. 물 좋은 것은 거의 육지로 나가고 ‘파치’라도 별 불만이 없었다. 이젠 그것조차 싸게 마음대로 골라 먹을 수 없는 현실이 아쉬운 것이다. 언제부턴가 생산지에서 누릴 수 있는 혜택과 선택의 폭이 점점 좁아지고 있다는 소외감이 슬슬 고개를 들기 시작한다. 물론 무분별한 남획과 이상기후로 어획량이 줄어든 탓도 있지만, 어황이 좋을 때도 가격은 별 변동이 없었다. 2016년 1분기 관광객 덕에 제주도의 서비스업과 소매 판매가 전국에서 가장 활발했다고 한다. 살고 싶어 찾아오는 섬, 구경하러 오는 섬. 덩달아 날 다르게 치솟는 부동산 가격은 물론, 물가 상승에 따른 업소의 인건비가 차지하는 부담이 고스란히 제주의 짐이 됐다. 옛날보다 더 살기 힘들겠다는 목소리에 공감이 확산되고 있다. 점점 빈부의 양극화 현상으로 불평과 불만이 깊어지지 않을까. 경제가 좋아지고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하여 과연 도민들의 삶의 질이 높아진다고 할 수 있을지.

과거는 인구가 적은 대로 오붓했고 여유롭던 제주다. 앞으로 유입 인구는 더 불어날 것이다. 그렇다하여 과연 옛날보다 더 살기 좋은 제주가 되리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쉴 자리, 누울 자리 야금야금 내주고, 원주민이 주인 노릇하며 살기가 쉽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후손에게 물려 줄 제주의 풍습과 아름다운 자연이 투기꾼들의 발길에 채일까 걱정스럽다.

하루가 다르게 시내며 변두리가 도심 못지않게 달라지고 중장비 소음이 끊이질 않는다. 마구잡이 개발로 헝겊 잘려 나가듯 파헤쳐지는 현장을 보면 제주가 많이 아파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순박했던 사회가 날로 각박해지고 상업적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지금 제주는 과연 행복한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제주인의 삶, 제주다운 본래의 가치가 훼손될까 하는 불안감이 슬슬 고개를 든다.

지금이라도 제주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깊이 고민하는 시점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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