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상처받은 주민 보듬어야
해군, 상처받은 주민 보듬어야
  • 제주신보
  • 승인 2016.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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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기 사회2부장
지난 2월 26일 민군복합형관광미항(제주해군기지)이 평화 훼손과 환경 파괴 논란 속에서 우여곡절 끝에 공사를 모두 마치고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준공식은 정부가 건설 사업에 착수한 지 10년 만이며, 2010년 1월 항만 공사를 시작한 지 6년 만이다.

제주해군기지가 준공됐지만 그동안 공사를 반대해 온 지역 주민들의 해군(정부)에 대한 불신과 반발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해군이 제주해군기지 공사를 방해로 손실을 입었다며 주민들에게 구상금을 청구하며 새로운 갈등의 씨앗을 심었기 때문이다. 구상권을 청구를 받은 주민들의 입장에서는 통탄할 노릇이다. 10년 넘은 싸움에 진 것도 모자라 이제는 공사 지연으로 손해를 입었다는 해군에 막대한 돈을 내놓아야 할 처지에 놓인 주민들은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강정마을회에 따르면 이번 구상금 청구로 뱉어내야 할 34억5000만원은 ‘새발의 피’다. 이 금액은 해군이 삼성물산에 변제해 준 배상금 중 2011년 1월 1일부터 2012년 2월까지 계산된 분이다. 해군은 공사지연금 중 2014년 말까지 계산된 금액은 차후 법원에 제출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말해 대림건설이 해군에 청구한 지연배상금 결과에 관계없이 삼성물산에 대한 공사지연 배상금만 최고 10억원에 이를 수 있고, 현재 돈을 내놓아야 할 대상자도 116명에서 더 늘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구상금 청구로 이에 해당하는 개인이나 단체는 파산을 피할 수 없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것이다.

제주해군기지 준공 이후에도 강정마을 주민들을 대하는 해군의 태도는 여전히 고압적이다. 지난 4월 마을 중심지를 관통하며 사주경계를 벌이다 주민들의 반발을 산 예를 보더라도 그렇다.

당시 해병대 9여단 장병들이 군용트럭을 타고 마을을 관동하며 총구를 밖으로 겨눴다가 주민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군은 훈련 과정에서 ‘사주경계’를 벌이는 과정에서 빚어진 오해라고 해명했지만 당시 주민들의 항의를 받은 한 군 간부가 강정마을 주민들로부터 모욕을 받았다며 경찰에 고소했다. 경찰은 이에 더해 인지 수사를 통해 주민들을 교통방해 혐의로 입건하기도 했다.

강정마을 주민들은 해군의 구상권 청구에 반발해 지난 4월부터 제주해군기지 입구 도로변에 천막을 치고 지금까지 마을회관으로 사용하고 있다. 멀쩡한 마을회관을 놓고 거리로 나온 것은 그만큼 구상금 문제 해결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해군기지 건설을 떠나 구상금 문제만큼은 도민 전체가 철회돼야 한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강창일(더불어민주당·제주시 갑), 오영훈(더불어민주당·제주시을), 위성곤(더불어민주당·서귀포시) 국회의원이 이달 초 해군이 강정마을 주민과 반대 단체에 제기한 구상금 청구 소송을 철회하기 위한 국회 차원의 결의문을 채택하기로 한 것도 도민사회의 의중에 따른 것이다.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도 지난 21일 기자간담회에서 천성산 경부고속철도 터널 공사, 부안 핵방페장 공사 등을 거론하며 “주민 반발로 공사가 지연됐지만 구상금은 단 한 푼도 청구되지 않았다”며 “해군기지에 공사에 따른 구상금 청구는 법의 형평성이 아니라 제주도민을 무시하는 감정의 문제”라고 해군을 비판하기도 했다.

해군기지 반대 운동으로 공사를 못하는 상황이라면 국책 사업을 집행하는 입장에서 구상권을 압박 수단으로 쓸 수 있지만 이미 공사가 끝났기 때문에 민·군 화합을 이야기하는 해군 입장에서 구상금을 청구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도지사를 중심으로 도민사회가 구상권 철회를 요구하고 있지만 해군은 여전히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과거 해군기지 부지 확보를 위해 동분서주하며 주민들을 설득했던 기억을 떠올린다면 해군이 구상권 청구라는 카드를 철회해야 한다.

이제는 초심으로 돌아가 상처받은 주민들을 보듬어야 할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