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돼지’, ‘가습기 살균제’ 그리고 ‘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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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영 편집부국장
교육부의 고위공직자로부터 개·돼지 취급을 받은 국민들의 분노가 한여름 더위를 무색케 하고 있다.

“민중은 개·돼지와 같이 먹고 살게만 해주면 된다”는 교육부 나향욱 정책기획관의 망언에 이는 한 개인의 문제와 정책 불신을 넘어 교육부 폐지론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부랴부랴 교육부가 나 기획관에 대해 인사혁신처에 파면의 중징계를 요구했지만 국민들의 분노는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여기에 현 정부의 기조와도 연관 있다는 불신마저 조장되고 있다.

나 기획관이 지난 3월 교육부 정책기획관으로 승진해 현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누리과정’ 같은 이념 대립과 갈등이 심하게 벌어지고 있는 주요 교육정책의 핵심 역할을 맡고 있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서둘러 사과했지만 이를 진정으로 받아들일 국민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

여기에는 정부와 권력자들이 언제나 그랬듯이 국민을 무시하고 우롱하고 있다는 ‘불신의 벽’이 자리 잡고 있다.

이 같은 국민들의 판단이 잘못된 것일까.

최근 벌어진 일련의 상황들을 보면 국민들의 분노는 당연하다.

자신이 틀어놓은 가습기 살균제 때문에 어린 아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며 한없이 자신의 책임이라며 멍이 들도록 가슴을 쳐야했던 어머니의 절규에서도 정부가 국민을 어떻게 취급하고 있는지 드러난다.

환경부는 옥시 살균제의 원료 물질인 PHMG 유해성 심사에서 ‘유독물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고시해 논란이 돼 왔다. 또 산업부는 가습기 살균제를 자율안전확인 대상 공산품으로 분류해 안전성에 대한 확인을 거치지 않았고, 복지부는 가습기 살균제의 용도를 ‘청소’로 보고 의약외품으로 지정하지 않은 것은 물론 2000년대 초반부터 가습기 살균제 관련 부작용 민원을 접수하고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가 피해가 양산된 뒤에야 의약외품으로 지정했다.

국민의 안전이 최우선돼야 하는 정부 정책이 기업 최우선으로 기울었으니 ‘민중은 개·돼지’라는 나 기획관의 말이 틀린 것도 아닌 것 같다.

자신의 꿈을 펼쳐보지도 못한 단원고 학생들이 세월호라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숨져 갈 때 청와대는 어떻게 했나.

청와대 홍보수석은 세월호 참사 피해자 구조와 수색이 한창이던 2014년 4월 30일, KBS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수색 현장에서 해경이 해군 투입을 통제했다’는 보도와 관련 “하필이면 세상에 (대통령이) KBS를 오늘 봤네”라며 “살려주시오”라며 대통령의 의중만을 살피는 이른바 ‘맹충’ 역할에만 몰두해 있었다.

이를 지켜보는 세월호 유가족들의 심정은 어떨까.

과연 정부가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것인지, 이 같은 다툼이 이슬로 사라진 아이들을 욕보이는 건 아닌지 그저 미안할 따름이다.

‘논어’에는 “민(民)은 따르게 할 수는 있어도 알게 할 수는 없다”는 말이 나온다. 공자는 지배층이 참된 앎으로 백성들을 따르게 해 그들도 인간답게 살도록 교화해야 한다고 당부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위정자들은 이념으로 편을 가르고, 지역으로 국민들을 쪼개니 이들에게 민중은 얼마나 우습게 보이는 존재일까.

대한민국 헌법 제11조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며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해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며 국민평등권을 규정하고 있다.

“민중을 개·돼지로 취급하는 신분제를 공고화해야 한다”는 고위공직자의 발언은 국민평등권을 부정하는 것으로 조정래 선생의 말대로 그는 기생충이다.

정부와 권력자들도 스스로 기생충이 아닌지 되돌아 봐야 한다.

‘민중은 개·돼지가 아니라 하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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