옳거니 너 잘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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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철 제주대 교수 중어중문학과 / 논설위원

교육부 고위간부의 망언으로 온 나라 사람들이, 스스로 흙수저 물고 태어난 어둠의 자식이라거나 개돼지라거나 하며 자조적인 말들을 쏟아내고 있다. “너 잘 걸렸다.” 그렇지 않아도 짜증나는 세상, “당신 따위가 감히 우리에게 개·돼지라고 막말을 해”, 걸려든 한 사람을 화풀이 하듯 마구 비난해댄다.

평소 신문이나 방송에 얼굴을 내밀던 유명 인사들도 앞다투어 이번 기회에 그를 마구 욕함으로써, 상대적으로 자기가 깨끗하고 친서민적인 사람임을 각인시키려 든다.

그의 망언이 옳다고 이야기하는 얼간이는 없다. 그러나 모두가 생각하지 않는, 그렇지만 한번쯤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무엇이 있을 것 같다.

지금 그는 인터넷상에서 신상이 털리고 있다. 요즈음 신상을 터는 수준은 출신지나 학교는 물론이고 심지어는 과거 시험 성적까지도 찾아낼 정도라는데, 만약 그가 이것 외에 비난 받을 만한 다른 것이 있었다면 틀림없이 온 나라가 공유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에게 씌워진 죄는 단지 그 망언 외에는 탈세를 한 것도, 부당하게 압력을 행사한 것도 없는 것으로 보아 역으로 그는 비록 입은 가벼웠을지라도 정말 실력 있고 정직한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만약 이러한 추정이 사실이라면, 망언을 했다는 이유로, 능력 있는 인재를 단칼에 파면을 시키는 것이, 법정신에 합당한 것인지는 생각해볼 일이다.

법이란 그 형량이 합당하고 예견할 수 있어야 할 터인데, 과연 그의 망언이 파면을 당해야 할 만큼 중한 것이었던가? “나라의 녹을 먹는 공무원이 국민을 개·돼지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으로 이미 공무원 자격이 없다.”고 말한다면, 그를 변호할 생각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 그러나 혹 짜증나는 판에 한 사람 걸려들어 그를 통해 분풀이를 하는 심정이라면, 나라의 법이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제 멋대로 집행됨으로써, 힘 있는 자에게는 관대하고 힘 없는 자에게는 엄하게 집행되는 것으로 변질되지는 않을까 걱정된다.

우리는 정말 그 사람을 욕할 자격이 있는 것일까?

친하다면 친하게 지낼 수 있는 대학 선후배들이 술좌석에 앉아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한다. 취기가 올라도 좋고 오르기 전이라도 좋다. 술자리에 앉으면 나라님도 안주거리로 삼을 수 있을 터인데, 만약 공무원이 감히 나라님을 안주거리로 삼았다는 이유로, 공무원으로서 명령불복종에 해당하고 공무원의 품위를 손상시키는 행위일 뿐 아니라, 나아가서는 이적행위라고 몰아세운다면 잘못된 것일까?

두려운가? 두려우니 입 다물고 살까? 걸려든 자는 마음껏 비난하고, 자신은 걸려들지 않기 위해 입을 다물고 산다. 그것이 요령껏 잘 사는, 오늘날 배운 자들의 모습은 아닌가?

인간들은 스스로 뭐 대단한 존재라고 생각할지는 모른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누구나 거대한 사회조직의 한 부품에 불과하다. 그도 거대한 공무원 조직의 한 부품에 불과하며, 또한 무엇을 변화시킬 수 있는 위치에 있지도 않다. 물론 그가 승진하여 좀 더 영향력 있는 자리에 앉는다 하더라도, 그 자리에 앉아 있을 때, 잠깐 변한 것 같을지라도, 지나고 나면 다시 옛날로 돌아가는 것이 사회아니던가?

그의 입과 생각은 잘못이지만, 그렇다고 그를 욕하는 것으로, 스스로가 정의로운 사람인 것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삼을 수는 없다. 그럴 시간이 있다면 표절도 부족하여 제자를 윽박질러 논문을 빼앗으면서도 학자인 체하는 개xx이나, 높은 사회적 지위를 이용하여 남의 것을 강탈하여 자기 욕심을 채우는 돼지xx들을 색출하여 알리는 일에 열을 올려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청년들이 보면서 배운다. 무리에 섞여 덩달아 욕하지 말고, 당당하게 나서 악의 자리에 있는 자들의 죄를 드러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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