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직 ‘승진 잔치’, 공룡조직으로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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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자로 단행된 제주도정 정기 인사는 대체적으로 무난하다는 평가가 주류를 이룬다. 일과 성과 중심을 강조해 온 원희룡 지사의 인사 원칙이 반영되고, 그 속에서 업무 연속성과 전문성까지 감안됐다는 분석이다. 원 도정은 이번 인사와 관련해 미래비전 실행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추동력 확보와 효율적 인력 운영을 위한 인적 쇄신에 주안점을 두었다고 밝혔다.

도정의 기조대로 이번 인사는 그 규모와 내용 면에서 조직의 분위기 쇄신과 역량 강화에 대한 의지가 읽힌다. 조직 개편과 맞물려 전체적인 인사 규모가 1400명에 달했고, 고위직을 중심으로는 대대적인 물갈이가 실행됐다. 특히 그 간의 인사에서 알게 모르게 점지돼 온 측근 챙기기를 차단한 것도 매우 긍정적이다.

그러나 이번 인사는 그런 평가를 떠나 구조적으로 되새겨 볼 문제가 따로 있다. 바로 고위직 과잉을 유발하는 행정 내부의 인사 관행이다. 정년을 1~2년 앞둔 고위직을 유관기관에 파견 근무자로 발령하거나, 공로연수 명목으로 직책을 주지 않는 편법인사가 그것이다. 이번 인사에서도 도정은 이러한 인사 관행을 그대로 유지했다.

사실 이는 어제 오늘의 일도, 그렇다고 제주만의 일도 아니다. 그렇지만 제주 공직사회의 인사 관행에서 그게 너무나 뿌리박혀 있다는 게 문제다. 이는 오로지 고위직의 폭넓은 승진 인사를 단행하기 위해서다. 한 마디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식이다.

그러나 이는 실효성보다는 폐해가 크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기본적으로 이는 공직사회 ‘군살빼기’에 역행한다. 제주도정 고위직 공무원 비율이 여타 지역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고, 인건비 비중이 과중한 이유가 거기에 있다.

제주도정의 살림살이가 그렇게 넉넉하고 여유로운가. 2·3급 고위직을 유관기관에 파견해 별 일도 안 하게 하는 건 예산 낭비일 뿐 아니라 당사자들 입장에서도 불만이다. 정년을 멀쩡히 남긴 상태에서 능력 불문하고 현업에서 밀려나기 때문이다. 공직자는 법이 정한 만 60세 정년을 현업에서 채워 명예롭게 퇴진하도록 하는 게 인사질서에 부합한다. 변화의 기치를 내건 원 도정이 예전부터 이어져 온 관료조직의 비효율적 관행을 혁파하지 못하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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