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환점과 레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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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택. 前 탐라교육원장·수필가

성하(盛夏)의 계절. 지난달 장마가 끝나자 불볕더위가 기다렸다는 듯 벌건 낯으로 똬리를 틀었다.

대지가 용광로처럼 이글거리고, 열대야로 밤잠을 설친다. 아스팔트도 더위를 먹어서 헉헉거리고 있다. 그런가 하면 미크로네시아가 제출한 유명전사 명칭인 태풍 1호 ‘네파탁’이 북상하면서 공포 분위기를 만들더니, 이내 대만으로 방향을 틀어 한숨을 돌린다. 인간에게는 고난의 계절이다. 사람들은 이런 계절이 싫다고 구시렁거리고 아우성치지만 사계절은 자연이고 섭리다.

세상은 공평하다. 어느 쪽에 치우치거나 더 주고 덜 주는 법이 없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이러쿵저러쿵 야단들이다. 자연은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인 뿐, 어느 것 하나 불평하는 일은 없다. 마음먹기에 따라 밝게 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이제 한 해의 반환점을 돌아섰다. 반환점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사람에 따라 느슨하고 힘겨워하는가 하면, 희망과 용기를 갖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마라톤을 하는 사람들에게 반환점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선수들의 마음에 반환점은 1차적인 목표이면서도 극심한 피로와 힘에 부치는 지점이기도 하다. 그런가 하면 완주냐 중도 포기냐를 결정짓고 전체 기록에 영향을 미치는 동기부여가 되기도 한다. 반올림을 하고 나면 마음은 어느덧 이미 완주를 했다는 자신감을 갖는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사실은 반환점을 지나야 진정한 승패를 결정할 레이스를 펼칠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반환점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모티브가 된다.

그런데 정치를 하는 사람들, 임기가 정해져 있는 지도자들에게 반환점은 사뭇 다른 모습이다.

희망적인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절망적이고 피로감을 느끼게 하고 있다. 요즘 대통령의 임기가 반환점을 넘어서자 기다렸다는 듯 레임덕에 빠졌다고 야단들이다.

레임덕이란 오리가 기우뚱거리며 걷는 모습에 비유한 말로서 1700년대 채무 불이행 상태가 된 증권 거래인을 가리키는 용어로 등장하였다. 정치적인 의미를 띠게 된 것은 1980년대로 레이건 대통령 재임 당시에 임기가 1년 남은 시점에 상대편 국회의원들이 대통령의 말에 반하는 행동을 하는 것에서 비롯되었다. 현직에 있는 대통령 임기 만료를 앞두고 나타나는 일종의 권력누수 현상이다. 대통령의 권위나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거나 먹혀들지 않아서 국정 수행에 차질이 생기는 현상이다. 임기 말 증후군이라고 해야 할지.

우리 사회에서 행해지는 레임덕도 이 테두리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듯하다. 일을 하는 데 있어 상대방에게 흠집을 내고 발목을 잡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도록 훼방을 놓는 것. 그리고 상대방을 깎아 내림으로써 무기력에 빠져 헤어 나올 수 없게 하는 함정과 같은 것이 아닌가 한다. 이렇게 되면 앞으로 나아가기는커녕 뒷걸음질만 칠 것은 뻔하다. 시간만 낭비할 뿐이다.

요즈음 100세 시대라 한다.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은 것이 사람의 욕망이다. 그런데 사람이 레임덕에 빠진다면 어떻게 될까. 이미 삶을 포기하거나 기진맥진한 상태가 되지 않을까. 인생에 있어 공백상태에 빠지는 일만은 없어야 한다.

마라톤 선수들이 반환점을 계기로 더욱 분발하고 최선을 다하는 것처럼 우리의 삶도 끝까지 완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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