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진희(30·경북개발공사)는 울고 웃다, 다시 울었다.
4위라고 생각하고 아쉬움에 울었고, 동메달 획득 소식에 웃었다.
올림픽 무대를 다시 밟기까지 기다린 8년을 떠올리며 다시 울었다.
윤진희는 8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리우 센트루 파빌리온 2에서 열린 리우올림픽 여자 53㎏급 결승에서 인상 88㎏, 용상 111㎏, 합계 199㎏으로 3위에 기록했다.
인상에서 101㎏으로 올림픽 기록을 세운 리야쥔(중국)이 용상에서 1, 2, 3차 시기를 모두 실패한 덕에 '4위'라고 낙담했던 윤진희는 행운의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경기 뒤 만난 윤진희는 "하늘이 동메달을 주셨다"며 웃었다.
윤진희가 따낸 생애 두 번째 올림픽 메달이다.
윤진희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인상 94㎏, 용상 119㎏, 합계 213㎏으로 은메달을 땄다.
승승장구하던 윤진희의 역도 인생에 굴곡이 생긴 건 2012년부터였다.
윤진희는 베이징올림픽이 끝난 뒤 귀 아래에 오륜기 문신을 새겼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메달을 노리겠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역도가 갑자기 싫어졌고, 런던 올림픽이 열린 해인 2012년 초 은퇴를 선언했다.
곧바로 역도 대표팀 후배 원정식(26·고양시청)과 결혼한 윤진희는 2015년 현역으로 복귀했다.
위기는 또 왔다.
윤진희는 "2015년 말에 어깨 부상을 당했다. 리우올림픽 출전을 포기하려 했다"고 고백한 뒤 "당시 대표팀 트레이너 김아영 선생님이 '올림픽은 꿈의 무대다. 아픈 몸으로 기적을 일구면 더 멋진 인생이 되지 않을까'라고 격려하셨다. 김아영 선생님께 감사 인사를 하고 싶다"고 했다.
윤진희가 또 고마워하는 사람은 남편 원정식이다.
윤진희와 함께 '부부 역사'로 이번 올림픽에 나서는 원정식은 이날 경기장을 찾아 아내를 응원했다.
윤진희는 "남편이 이틀 뒤(10일)에 경기를 한다. 몸 상태를 좋게 유지하려면 오늘 내 경기를 보지 않아야 하는데…"라며 "남편 덕에 다시 역도를 시작했고 두 번째 올림픽 메달을 얻었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인터뷰를 마치며 윤진희는 "이런 기적이 있네요"라며 웃었다. 눈시울은 여전히 붉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