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귀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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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희. 제주문화교육연구소 소장

어느 날 제주에 사는 육지사람 A씨에게서 전화가 왔다.

“선생님 이제는 더 못 보겠네요.”

“왜요…?”

“제주에 더 있으려고 했는데 다시 고향으로 가야할 것 같아요.”

A씨는 2년 전 제주에 온 이주민이었다. A씨 부부는 제주가 좋아서 섬으로 왔었다. 그들은 제주에서 생활하는 동안 제주자연이 주는 평온함에 행복해 하였다.

A씨 부부는 제주를 더 알고 싶어서 시내를 벗어나 해안마을에 터를 잡고 그 곳 주민들과 함께 생활하였다. 그들은 낯선 제주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문화기행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였고, 주민과 함께 ‘제주 바로 알기’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 현장 연구 활동을 하였다.

그런 A씨 부부가 이제는 웬일인지 제주를 떠나려고 하는 것이다. 무엇이 그들을 제주에서 떠나게 만들었을까?

제주로 오는 사람들, 이들 이주민들은 다양한 이유로 인해 섬을 찾아오고 있다. 제주가 좋아서, 혹은 결혼이나 교육, 직장 때문에, 그리고 문화·예술 활동과 건설현장의 일자리를 찾아서, 건강 치유와 노후의 새 삶을 위해서 제주를 찾는 유입인구는 오늘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반대로 A씨 부부와 같이 제주에 정착을 하려다 떠나는 사람들 또한 증가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막상 제주 현지에서 부딪치는 실생활은 상상과 현실의 격차가 크기 때문이다.

그들 이주민에게 나날이 변모하는 제주의 모습은 점점 부정적인 의미로 다가오고 있다. 치솟는 제주의 부동산, 교통체증, 문화 차이에서 오는 제주주민과의 갈등 심화 등은 이주민의 초심을 흔들면서 다시 이주민을 귀향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주민 정책에 어떤 문제점이 있을까? 첫째, 이주민 대상 교육내용의 쏠림현상이 두드러진다. 이주민 대상 교육은 귀농ㆍ귀촌교육과 제주문화알기 등이 있다. 이런 교육은 새내기 이주민의 현지 적응에 도움이 되고 있으나, 이미 제주에 정착한 이주민의 경제활동에 대한 도움은 적은 편이다.

둘째, 이주민 관련 정보 습득의 기회가 부족하다. 제주의 이주민 교육과 정착지원 설명회는 교육수행기관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같은 사람들이 중복해서 참석하고 있는 경향이 있다. 인터넷에 익숙한 사람, 현장에서 활동을 하고 있거나, 그들과 친분이 있는 사람만이 참석하고 있는 것이다. 관련기관이나 단체의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홍보가 필요한 부분이다.

마지막으로 소통의 부재를 들 수 있겠다. 이주민과 이주민끼리의 소통의 부재, 이주민과 제주 주민과의 불협화음, 이주민은 정착 관련 혜택에 불평등을 느끼고 있고, 제주주민들은 이주민에게 집중된 정착지원제도로 인하여 자신들이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실제로 정책은 모든 대상들에게 평등하게 이루어져야 하며 공동체의 이익증대와 삶의 질을 높이는 것에 최선의 목적을 두어야 한다. 이로써 이주민과 제주주민의 벽이 허물어지고 제주주민과 제주에 정착하는 사람들의 호혜감이 증가할 때 제주는 행복지수가 더욱 높아질 수 있다.

덧붙여서 제주로 오는 이주민들에게 한마디 당부하고 싶다. 제주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경제적인 활동영역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제주에 가면 “어떻게 되겠지”하고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오는 경우 제주에 정착하기가 힘들어진다. 이주 열풍 속에서 제주에 대한 낭만적인 선망이 아니라 개인의 계획적인 정착 설계와 제주도의 합리적인 정착지원제도가 만난다면 제주 이주민의 미래는 더욱 밝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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