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 토평사거리 인근에 자리한 제주대학교 아열대농업생명과학연구소는 ‘한국의 파브르’로 불리는 나비 박사 석주명 선생(1908~1950)과 인연이 깊은 곳이다.

 

석주명 선생은 1943년 4월부터 1945년 5월까지 당시 경성제대 생약연구소 제주도시험장인 이곳에서 근무하며 나비와 곤충은 물론 제주도 방언을 연구하며 ‘제주학의 선구자’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당시 석주명 선생이 생활하며 연구에 매진했던 이 건물은 정면의 포치(porch·비바람을 막기 위해 지붕이 돌출되어 지어진 건물의 출입구)를 중심으로 동서 대칭형으로 지어졌다.

 

정확한 건축 연도는 당시 기록이 남아있지 않아 확인이 안되지만 1930년에서 석주명 선생이 부임한 1943년 사이로 추정된다.

 

단층 건물로 천장이 요즘보다 높게 지어졌고, 특히 남향 구조에서 벗어나 북향으로 지어진 게 특징이다.

 

현관을 기준으로 좌우로 건축 당시 식재된 것으로 추정되는 배롱나무와 함께 주변에는 돌로 된 의자와 탁자가 자리해 있다.

 

   
 

당시 근무자들이 이용했던 것으로 보이는 의자와 탁자는 이끼로 뒤덮여 있어 배롱나무와 함께 운치를 더해 준다.

 

연구소 정문에서 건물에 이르는 동선을 따라 늘어선 소철과 야자수 등도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석주명 선생은 일본 가고시마 농림학교에서 곤충 연구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1921년 졸업 후 귀국해 모교인 소도고보 교사로 부임하며 본격적으로 나비 연구를 시작했다.

 

영국왕립아시아협회 권유에 따라 1940년 우리나라 나비들의 동종이명 총 목록을 작성한 ‘조선산 접류 총목록’으로 세계적인 나비 학자로 우뚝 서게 됐다.

 

그는 이후 더욱 연구에 매진하기 위해 교사직을 버리고 경성제국대학의 촉탁연구원으로 자리를 옮겼고 1943년 경성제대 생약연구소 제주도시험장 파견을 자원했다.

 

석주명 선생은 제주도의 언어와 풍속에 우리나라의 옛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많다는 것을 알고 진정한 한국의 자태를 찾으려면 제주도에서 찾아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제주도의 자연과 인문, 사회분야에 뛰어들어 ‘제주도 방언집’, ‘제주도생명조사서’, ‘제주도관계문헌집’ 등을 펴내면서 제주학의 초석을 다졌다.

 

서귀포시는 그의 업적을 기념하기 위해 2003년 토평사거리에 기념비와 흉상을 건립했다.

<김문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