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은 독서대담을 나누고 있는 김미령 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 위원(사진 왼쪽)과 이경은 제주도립미술관 학예연구실장의 모습.

▲책 소개=김영숙 作 ‘미술관에 가고 싶어지는 미술책’
미술에 관한 쉬운 입문서. ‘어떤 그림이 잘 그린 그림일까?’ ‘그냥 보는 그림과 가슴으로 보는 그림이 무엇일까?’ 등을 궁금해하는 독자에게 그림에 숨겨진 이야기, 작가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려준다. 화가가 어떤 시대 상황에서, 어떤 방법으로 왜 그림을 그렸는지 알게 되면 그림을 좀 더 친숙하게 대할 수 있다.

 

▲대담자
이경은 제주도립미술관 학예연구실장=대학에서 서양화를, 대학원에서는 박물관 미술관학을 전공했다. 미술관 학예사로 약 20년 근무 중이다. 현실을 알고 대중에게 다가가는 전시기획으로 제주도민들에게 예술 감상의 즐거움을 주려 한다.


김미령 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 위원=화가. 책 읽기를 가까이하고 사색을 통한 깨달음을 그림으로 펼치면서 먼저 자신이 치유됨을 느낀다. 그 즐거움을 전시회를 통해 대중과 소통함으로써 나누고 싶어 한다.

 

▲걱정 말아요, 그대! 그저 느끼면 족해요.
그림을 보는 일은 즐거움일까? 미술관에 찾아가는 사람이라면, 감상을 고통으로 느끼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즐겁거나, 아니면 별 감흥이 없거나 둘 중 하나일 텐데, 그림을 즐기는 사람들은 어떤 면에서 즐거움을 느낄까?
그림이 대중화된 시대이지만 아직은 어떻게 감상해야 하는지에 대해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왜 사람들은 그림을 어렵다고 말할까. 왜 사람들은 미술 관련 책을 읽어야 미술을 좋아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할까. 감상하는 법이란 따로 있을 수 없는데…음악을 귀로 들으며 편하게 느끼는 것처럼, 그림을 눈으로 편하게 들을 수는 없을까.   


김미령 서귀포시민의책위원회 위원(이하 ‘김’): 근무하시는 곳이 자연 속에 감싸 안긴 것처럼 편안함이 느껴지네요. 이번에 새로운 전시회가 있습니까?


이경은 제주도립미술관 학예실장(이하 ‘이’): 네.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고려인 변월룡 작가전을 10월 31일까지 합니다. ‘고국의 품에 안긴 거장 변월룡전’입니다.

 

   
 

김: 간단하게 설명해 주시죠.


이: 변월룡 미술연구소가 주관하고, 국립현대미술관이 후원하는 이번 전시는 우리가 잊고 있던 천재 화가 변월룡(1916-1990)의 대규모 회고전으로 회화와 드로잉, 판화 등 220여 점을 전시합니다. 
변월룡은 고려인 소수민족으로, 가족과 이웃들이 강제 이주를 당해야 했던 시대적 배경과 아픔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끊임없이 고민하며 작품을 해왔지만 정치적 이유로 지금껏 우리에겐 알려지지 않았던 화가입니다.


김: ‘미술관에 가고 싶어지는 미술책’을 읽어보신 소감은?


이 : 가볍게 볼 수 있는 입문서입니다. 필자는 중세 이후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작가 중심으로 미술사를 이야기하고 있는데요. 우리에게 잘 알려진 화가들의 숨겨진 이야기, 새로운 방법으로 세상을 그려낸 이야기, 빈곤한 삶 속에서도 예술의 꽃을 피워낸 화가들의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현대인의 눈높이에 맞추어 지루하지 않게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는데, 전문가보다는 그림을 배우고 싶어 하는 학생이나 좀 더 그림을 알고 싶어 하는 일반인에게 추천합니다.


김: 사람은 본능적으로 미술에 관심을 가지면서도, 감상을 말하라면 ‘저는 그림을 잘 볼 줄 모르지만…’이라며 겸손해하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 그림에 대해서 잘 안다, 혹은 잘 모른다는 말 속에는 여러 의미가 있겠지만, 미술에 대한 지식이나 경험이 부족하다고 여겨서 하는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김: 그림을 감상하는 데 미술에 대한 지식이 꼭 필요한가요?


이: 미술에 대한 지식이 깊다고 해서 감상을 잘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자기가 가진 생각이나 마음의 감동이나 느낌 그대로 이해하고 즐기면 됩니다. 자신이 현실이나 꿈속에서 상상했던 것과 비슷한 세계를 어느 화가가 펼쳐 보였다면 얼마나 반갑겠습니까. 미술 관련서는 작가에 대한 사전 답사나 미술 입문서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김: 공감하는 마음이면 족하다는 말씀이군요.


이: 네. 사람들은 서로 다릅니다. 그래서 미술 작품 중에도 마음에 끌리는 작품이 있고, 그렇지 않은 작품이 있을 겁니다. 또 이전에는 공감하지 못했다가 설명을 듣고 보니 공감이 돼서 좋아하게 된 작품도 있을 것입니다. 미술 관련서를 본다는 것은 공감의 폭과 깊이를 넓게 깊게 하는 일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지식은 많지만 감상을 즐기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작품을 즐기는 쪽이 더 행복하지 않을까요.  


김: 필자는 ‘오늘날 많은 사람이 피카소를 좋아하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지만 솔직히 난 피카소 그림을 왜 그렇게 위대하다고 하는지 잘 모르겠더라. 남들이 좋아하니까 나도 좋아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는 일반인의 궁금증을 잘 풀어 놓았습니다.


이: 우리가 작품을 보는 이유는 작가가 본 세상을 엿보기 위해서이고, 작가의 마음으로 혹은 작가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피카소는 미술에서 사물을 입체적으로 보는 새로운 세계관을 보여줍니다. 필자는 ‘피카소가 그림이니까 가능한 모든 일을 다 하고 싶었다’고 표현했습니다. 많은 사람이 피카소가 제시한 새로움에 감탄했고, 공감을 표시했습니다. 하지만 피카소를 좋아하지 않는 취향의 감상자들도 있을 수 있지요. 결국, 감상이란 감상하는 사람의 선택이라고 봅니다.


김: 미술에 대한 공감의 폭을 넓히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이: 미술을 감상하는 것은 마음의 양식을 쌓는 일과 같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미술 작품이 주는 즐거움은 시각적인 즐거움만이 아닙니다. ‘나는 이런 색을 좋아하는데 작가는 이런 색을 좋아하는구나’ 또는 ‘나는 사물이나 세상을 이런 시각으로 봤는데, 작가는 이렇게 바라보는구나’ 등 인간과 세계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일입니다. 공감을 넓히려면 인간과 세상을 이해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지요. 
김: 미술관에 대한 매력이 점점 높아져 가는데요?


이: 책 속에 들어있는 그림이나 사진만으로는 감동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미술관이나 박물관 등 현장에 가서 실물을 보면 작가가 이야기하려는 것과 직접 대면하게 됩니다. 미술을 좋아하면 좋아할수록 작가의 체취를 날 것으로 만나는 즐거움도 커지는 것 같습니다. 또 ‘미술관에 가고 싶어지는 미술책’처럼 입문서를 읽고 미술관에 가면 분명 보는 눈이 달라질 것입니다. 좋아하는 화가나 좋아하는 그림이 생기고 나면 눈빛부터 달라질 것입니다.


김: 다른 예술이나 기예 부문에도 나름의 즐거움이 있겠지만, 저도 화가로서 미술의 즐거움도 꼭 느껴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팍팍한 세상에 큰 위안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