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과 책임의 문제
선택과 책임의 문제
  • 백나용 기자
  • 승인 2016.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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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혜 엄마와 아이가 행복한 세상 ‘키움학교’ 대표>

초등 2학년 아이인데 평소에도 고지식한 편이다. 그런데 하루는 숙제하기 싫다고 안 하겠다고 하길래 니가 책임질 수 있으면 그렇게 하라고 했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 등교시간이 다 됐는데 숙제를 펴놓고 그걸 다 하기 전까지는 학교에 안 가겠다고 한다. 학교 숙제도 아니고 학원 숙제인데 그럴 거면 전날 미리 하던가, 하라 할 땐 하지 않다가 아침에 그런 고집을 피우니 정말 속이 터진다. 이런 성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처해야할지 막막하다.


 조금 느긋하게 생각하면 이런 과정을 다 거쳐야 자기주도학습이 된다. 그렇지 못하고 늘 어머니 관리 하에 두려고 하다보면 엄마주도학습이거나 학원주도학습으로 습관이 들게 되어 있기 때문에 지금 초등 2학년 때 이런 과정을 연습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야겠다.


우선 아이가 숙제하기 싫다고 할 때 어머니가 책임 질 수 있으면 그렇게 하라고 한 것은 여유로운 모습이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 숙제 한다고 늦는 것에 대한 수용할 수 없 문제가 생긴 듯하다.
앞에서 숙제하지 않고 가는 것에 대해 책임질 수 있다면 괜찮다고 말한 것처럼 숙제하다 지각하는 것도 책임질 수 있는 아이라고 믿으면 어떨까 싶다.


그것도 자기주도학습의 하나의 과정이다. 전 날 저녁에 숙제하지 않고 미루다보니 아침에 하게 되었고(자발적으로 안하려고 했건, 미루었건 간에)그러다보니 지각하게 되는 것도 당연한 수순이다. 이런 과정상의 경험을 거치면서 본인이 그러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하게되면 저절로 자기주도학습의 자세가 되어갈 것이고, 또한 적당한 융통성의 발휘도 될 것이다.


지금 보이는 문제가 오직 문제로만 보이지 않고 과정으로 보아주신다면 이 아이는 스스로 바람직한 학습습관을 형성해나갈 것 같다. 이때 부모가 해줘야할 것은 여유있는 모습이다. 가만히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알게해주고, 아이가 어떤 선택을 하건 믿고 기다려주면서 적당한 격려와 칭찬을 해주려는 자세가 우선이다.


“거봐~!, 어제 하라니까!” 하고 다그치기보다는
“그래. 생각해봐도 숙제 하고가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구나. 이왕이면 지각하지 않게 했으면 더 좋겠는데...” 정도로 말하면 충분히 격려하는 모습일 수 있다.


고지식한 아이가 스스로 적당한 융통성을 발휘하려고 할 때, 부모가 간섭하지 않고 어느 정도 수용해주면 좀 더 합리적인 아이로 자라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