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한 여자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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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배가 남산만큼 부른 여인이 아름답게 보이기 시작했다. 얼굴에는 기미와 주근깨가 끼고 걸음걸이는 불안할지라도 신비를 간직한 듯한 부끄러운 미소며 기대와 희망이란 희망을 혼자 다 가진 듯한 자랑스러운 표정을 보노라면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얼굴이구나, 하고 경탄하게 된다.

나의 이런 말을 듣던 아내는 손자 볼 때가 된 것 같다고 놀리지만 다시 보아도 돌아서 보아도 역시 아름다운 것이다. 나는 길을 가다가도 배가 부른 여인을 보면 가던 길을 잠시 멈추고 넋을 잃고 바라보곤 한다. 물론 나이가 들어서 그런 점도 있겠으나 생명 경시 풍조가 만연하여 낙태에 대한 죄의식이 없어지고 애를 낳아 대학까지 졸업시키려면 억대의 돈이 든다는 현실 속에서 그래도 사랑의 결정체에 대한 감사와 기대로 애를 품고 있는 여인을 보면 단순히 아름답게만 보이는 게 아니라 고마운 마음까지 드는 것을 숨길 수 없다.

미당 서정주 시인은 한 송이 국화꽃도 저절로 피는 것이 아니라 봄에는 소쩍새가 울고, 여름에는 천둥이 먹구름 속에서 울고 가을에는 무서리가 내리고, 어디 그뿐인가 한 시인의 잠 못 이루는 경외의 떨림이 있고서야 핀다고 노래했다. 한 송이 꽃을 피우는 것도 이와 같은 자연의 섭리로 이루어지는 것이거늘 우리 인간의 생명이란 얼마나 고귀한 신의 은총인 것인가!

원하는 임신이든 더러는 원치 않은 임신이든 드물게는 불행한 임신이라 할지라도 뱃속에 든 생명체는 김연아, 박태환이요 아인슈타인이다. 속된 욕심으로 말하면 판.검사요, 대통령감일진데 어찌 소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한손에는 시장바구니를 들고 한손에는 어린애 손을 잡고 힘들게 걷는 임산부를 보고 나도 몰래 차를 세우려다 뒤차의 시끄러운 항의에 서둘러 떠나기도 했고, 공원에서 남편과 손잡고 다정하게 걷는 임산부의 모습을 보며 성당에서 참회의 기도를 드리고 난 후 찾아온 마음의 평화를 느끼기도 했다.

이 시간 고귀한 사랑의 씨앗을 품고 있는 풍요로운 대지와 같은 여인들이여!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축복을 모두 모아 당신들에게 드리고 싶다.

<고성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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