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휴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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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희. 수필가
제주에 산다는 건 축복이다. 이국적인 아름다움을 품고 있는 휴식과 치유의 섬으로 느긋하게 누릴 수 있는 여유까지. 바다에 오도카니 떠 있는 제주는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까지 이상향으로 꼽는다.

한때 역사의 한 페이지에 접혀 있던 유배의 땅이었다. 척박한 땅을 등지고 살기 위해 떠났던 이들이 이제 고향으로 귀향하고 싶은 지상낙원으로 변했다.

한편 유명 관광지에서 산다는 건 현지인들에겐 고달프기도 하다. 비수기 성수기 가릴 것 없이 쏟아져 들어오는 관광객들로 어딜 가나 북적댄다. 먹고 마시고 그래서 배설하고…. 허물 벗듯 버리고 떠나면 남는 것은 쓰레기뿐이다.

이러다 보물섬이 쓰레기 섬이 될 것 같다는 우려의 목소리에 무심할 수 없다. 특히 여름 휴가철 땀 흘리며 악취 진동하는 오물을 치우는 사람들의 수고도 생각해야 될 것 아닌가.

제주문화관광 포럼의 정책토론에서 관광객에게 환경부담금을 부과하자는 의견이 제시됐다고 한다.

도민의 한 사람으로 필요성에 적극 찬성한다. 제주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세계지질공원, 생물권 보전지역이다. 3대 보물이 관광객들로 인한 자연 훼손과 환경오염으로 제주인이 부담할 비용이 적지 않다.

보물을 관리하고 보존하려면 재원이 필요하고 구경하러 오는 관객들은 마땅히 값을 지불할 필요가 있다.

올여름은 전에 없던 듯 계속되는 찜통더위로 전국은 물론 제주는 포화상태였다.

조그마한 땅에 날마다 북새통을 이루는 사람들의 발길에 채여 어디를 가나 만신창이다. 날마다 폭염과 열대야로 시달리는 사람 못지않게 ‘제주’의 피로감은 절정이다. 여기저기 쉬고 싶다고 바다와 산이 아우성치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쉬게 해 달라고. 이 지경이라면 사람인들 병나지 않겠는가.

가정에서도 마찬가지다. 친척이나 지인들이 휴가를 맞아 제주를 찾는다.

더위를 피해 친척이 사는 곳, 친구가 살고 있는데…. 연락이 오면 몰라라 할 수 없다 하소연이다. 밥 사 주고 함께 구경 다니고 치다꺼리에 허리가 휜단다. 반갑고 보고 싶은 마음이야 이해가 되지만, 접대하는 쪽에선 삼복더위에 고생이 오죽하랴. 전화벨이 울릴 때마다 가슴이 벌렁거린다는 얘기에 공감이 간다. 바다를 곁에 끼고 살면서 일상에 치여, 바닷가 한번 나가지 못하고 겨를 없이 사는 사람들이다.

지난 일이지만 내 경우도 여차하면 한 주에 두 팀이 겹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접대를 소홀히 할 수 없어 휴가철이 지나면 두어 달 생활비가 바닥이 날 지경이었다.

찬바람 불면 진이 다 빠져나간 채 남는 건 빈 통장뿐.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유명 관광지에 살면서 누리고 사는 즐거움보다 남의 치다꺼리에 피로감이 누적돼 짜증스러웠던 기억이 잊히질 않는다.

제주는 그동안 아낌없이 품을 내 주었다. 삶에 지친 고단한 자의 쉼터로, 병들어 아픈 자를 위한 휴양처로서 어머니 품처럼 포근했다. 오랫동안 그 많은 것을 품어 베풀기엔 작아 안쓰러운 섬 아닌가. 이제는 섬 제주를 배려할 시점이다.

끊임없이 퍼 나르던 하늘과 바닷길, 그 길도 쉼이 필요하다. 여름이 지나면 잠간 휴식년제라도 실행했으면 하는 생각마저 든다.

숨 막힐 것 같이 지친 섬에게 잠시 여유를 주고 관광지에도 재정비가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받기만 했으니 이제 ‘섬 제주’ 에 휴식을 주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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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개 2016-09-13 18:14:57
신문의 칼럼난에 쓰는 글은 불특정다수가 보는 란입니다. 어휘나 문장은 조심스러워야합니다. 滿身瘡痍 같은 말은 좀 해서 쓰는 말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