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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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방영 제주한라대학교 교수 관광영어학과/논설위원

수목원에만 가도 땅에서 올라온 한 줄기 대 위에 도르르 말린 종이 띠처럼 산호색으로 피어서 가을 오는 바람을 맞고 있는 꽃들을 잔뜩 볼 수 있다. 무슨 이치로 푸른 잎들이 다 말라 죽은 듯이 없어져 버린 후에, 여름이 한 참 무르익고 나서 뒤늦게야 느닷없이 꽃대가 일어서고 그 끝에 다발 꽃이 피는가.

상사화. 푸르고 무성하던 잎사귀들이 사라진 후에 꽃들이 피니잎은 꽃을 못 보고, 꽃은 잎을 못 보아서 서로 생각만 하며 애가 탄다고 그 이름이 상사화라고 한다.

이 꽃들은 사랑하면서도 운명처럼 만나지 못하는 사람들, 그리움을 푸른 하늘에나 올려 보낼 수밖에 없는 사람들을 나타낸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런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이 꽃은 한 점 위로가 될까, 아니면 해답 없는 이 세상에 영원히 풀리지 않는 의문으로 남아 있을까, 보는 눈에 달려있을 것이다.

상사화에 대해 알려진 사실을 보면 산과 들에 자생하며 알뿌리로 번식하는 풀꽃으로 수선화과에 속한다. 줄기는 약으로도 쓰이며 봄에 잎이 나와 6~7월이면 잎이 말라 죽고, 그 후 7~8월에 꽃줄기가 자라 그 끝에 4~8개의 꽃이 달린다. 열매는 맺지 않으며 ‘개가재무릇’이라고도 하며, 잎이 있을 때는 꽃이 없고 꽃이 있을 때는 잎이 없다.

생장의 특성상 꽃송이와 잎사귀들이 다른 시간대에 존재하는 상사화는 여러 가지 생각을 일깨운다. 서로 같은 공간과 시간 속에 있어도 뜻이 소통되지 않는 우리 인간들의 처지는 어떤가. 존재 속에 불연속선이라고 할까. 내가 입에 침이 마를 정도로 자세히 예시를 들어가며 설명을 해도 알아듣지 못하는, 아니 알아들으려는 의지가 전혀 없는 사람, 그러면서 자신의 요구 사항만 반복하고, 그 것이 관철될 때까지 계속 말이 안 되는 말을 말이라고 하는, 정말 이해 불가능한 태도를 고수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그렇게 되면 상황은 이제 대화 차원이 아니라 기 싸움이나 힘 대결로 전환되며, 그래 누가 이기나 해보자 찡그리면서, 이 지상에 꽃이 피는지 지는지, 밤하늘 궤도를 도는 별들이 우주로 합창을 보내는지, 내 삶의 계절은 어디 쯤 흐르는지 전혀 모르는, 가엾은 인생길로 서로를 끌고 들어가게 된다.

이같이 서로 이해하지도 못하고 조금이라도 위해주려는 마음 대신 주변 사람들에게 자기 욕심과 이득만 끌어내려는 강력한 의지는 답답하기 짝이 없다. 이런 어리석은 상황은 우리 중생들이 죽으면 비로소 끝이 날까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

요즘 저 출산율로 인해 앞으로 우리 국민의 앞날이 위태롭다고 하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젊은이들의 절망일 것이다. 가난한 백성이 어떻게 사는지 알 줄을 모르는 재벌과 위정자들, 자식의 아픔이 어떤 것인지 알지 못하는 부모, 서로 아무리 맞추려고 해도 불가능한 배우자들, 평화롭게 살고 싶어도 돈으로 문질러 버리는 세상의 폭력, 계급제도로 유명한 인도 보다 더 계급이 굳어져 버린 우리 사회의 현실은 심각하다.

아무리 잎이 먼저 사라진다 해도 봄 동안 무성하게 활동해서 땅 속 보이지 않는 알뿌리에 영양을 축적해 놓았기 때문에 그 힘이 나중에 꽃대를 밀어 올려서 상사화는 꽃 피는 것이 분명하다.

아무리 이해가 어렵다고 해도 소통의 길을 찾아내야 인간 사회의 잎들도 싱싱하게 자라서 즐겁게 일을 할 것이며, 그 힘으로 인해 최종적 결과인 꽃도 훌륭하게 피어날 수 있을 것이다.

상사화, 잎과 꽃이 서로 못 봐도 땅 속 알뿌리에서 교신을 취하듯 우리도 맘 속 깊은 곳에 진솔함을 통해 연결될 때 비로소 삶이 조금씩 환해질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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