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포럼] 21세기형 치수(治水)정책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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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을 조절하여 홍수 재해를 방지하는 치수(治水)는 치산(治山)과 함께 치국(治國)의 근본이다.

이들 말의 뜻을 나누어 생각하기보다는 치산이 잘되어야 치수가 잘된다는 관계로 해석하는 것이 옳다 하겠다. 산지에 나무가 울창하고 맨땅이 없으면 여름철 강수에도 홍수의 세기는 줄어들고 결과적으로 하천재해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요즘 제주의 실정은 어떤가.

현재 허가가 난 36개 골프장 가운데 22곳이 운영중이고 이들 면적만 3300만㎡ 이상을 차지한다.

상당수가 지하수 저장고 역할을 하던 곶자왈에 들어서면서 그 보습력이 예전에 비해 수십분의 1로 떨어졌다.

어디 그뿐인가.

80년대 이후 제주개발이 가속화한 후 도로 확장·포장사업이 유행처럼 번지듯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곡선도로는 직선화하고, 높은 곳을 깎는 대신 낮은 곳을 메우는 방식으로 평탄화 해놓았다.

그 결과, 집중폭우 때마다 한라산에서 해안가로 향하는 도로는 수로로 둔갑, 엄청난 양의 물을 저지대로 쏟아내고 있다.

해안과 평행한 도로는 자연스레 물길을 가로막는 옹벽 역할로 돌변해 상습 침수지역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제주시내를 가로지르는 4대 하천의 복개사업은 이에 못지않는 역기능을 가져오고 있다.

도로와 주차장 용도로 복개한 면적이 총연장 5.88㎞에 10만 6600㎡에 이른다. 이들 복개지 기둥들은 통수를 더디게 하고 부유물이 걸리면 자연히 옹벽 역할을 하게 돼 큰 비가 올 때마다 홍수피해가 나는 것은 불문가지다.

실제 최근의 태풍 ‘나리’로 인해 13명의 인명피해와 1300억원이 넘는 재산 손실을 가져와 사상 최악의 태풍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최근 국가기관인 소방방재청이 하천 피해에 대한 원인분석과 개선방안을 제시한 내용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핵심은 복개사업이 이뤄진 제주시내 4대 하천의 통수단면을 초과할 때마다 홍수가 발생, 도심 복개구간이 침수돼 막대한 피해를 낼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무분별한 하천 복개가 태풍 피해를 키운 주범 가운데 하나라는 말이다.

아울러 도로·주차장 등으로 활용되는 구간에 대해 장기적으로 대체시설을 도입, 자연하천으로 복원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 같은 진단이 매우 적절하다고 받아들여진다. 마구잡이식 하천 복개로 인한 범람이 물난리를 키웠다는 것이 공통된 시각이고 보면 이같은 진단이 나온 것은 당연하다.

전문가의 견해를 굳이 빌리지 않더라도 하천복개가 물 흐름에 저항을 줄 수 밖에 없다는 것은 상식에 속하지 않는가. 다만 철거작업에 드는 많은 비용과 주민 이견 등으로 단기간에 시행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여져 중·장기적 과제로 설정, 차근차근 해결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4대 하천 상류에 총 59만t 규모의 저류지를 건설하겠다는 제주시의 결정을 적극 환영한다.

하늘에서 쏟아지는 빗물의 양이 커졌다면 이것을 담아둘 그릇도 커져야 할 것이다.

자연의 물그릇인 곶자왈을 상당 부분 훼손한 만큼 인공 물그릇이라도 키워야 하기 때문이다.

과거의 치산치수는 조림이나 토목공사 위주로 이뤄졌다.

그러나 지구온난화와 더불어 커지고 잦아지는 기후변화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을 지금의 수해가 보여주고 있다.

미래 예측을 보다 과학적이고 내실있게 준비해야 한다는 교훈이다.

21세기 치산치수의 새 패러다임은 자연의 물그릇인 산림과 하천변 물길을 보존하고 복원하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인간이 일정 부분 양보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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