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곬 현병찬 초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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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형. 제주펜클럽회장/동화작가

관광의 섬으로 알려진 제주를 문화예술의 섬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예술가는 많다. 예총이나 민예총 회원뿐만 아니라 이주 작가들까지 제주의 문화와 예술을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 기대가 크다.

제주의 문화예술을 발전시키는 데 일생을 바친 분들이 많은데 그 중에서 한곬 현병찬의 업적은 제주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서예발전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어 존경스럽다.

벼르고 벼르다가 ‘현병찬 초대전’을 보려고 제주시 한경면 저지리로 향했다. 억새가 하얀 손을 흔들어 마중하는 가을이라 들길은 아름다웠고, 마음은 가벼웠다. 안방에 걸어둔 선생님의 글 ‘들꽃’을 매일 보고 있지만 전시회에서 만날 선생님의 작품을 만날 즐거움으로 먼 길도 가깝게 여겨졌다. 현대미술관 본관에서 만난 선생님의 작품은 여전히 감동이었고, 깊은 울림으로 다가왔다. 현대미술관에 걸맞게 현대적으로 시도를 했다는 여러 작품들을 접하면서 선생님의 고뇌와 새로운 창작을 하려는 열정이 느껴져 한 작품 한 작품이 예사롭지 않았다. 또한 ‘먹글이 있는 집’에서 선생님과 제자들의 작품을 보면서 예술가의 삶의 무게를 저절로 알게 된다.

세상에 쉬운 일이 없어 전문가가 되려면 부단한 노력이 필요한데 서예 또한 시간과의 싸움이라고 할 수 있다. 손이 아프도록 먹을 갈고 수없이 붓을 그어 화선지를 검게 물들이고 또 물들여야 한 획 한 글자가 완성되고, 또 커다란 화선지에 한 곳도 균형의 미를 갖춘 자신만의 창작한 글씨들로 채워져야 작품이 완성된다. 창의와 열정, 인내와 인고의 시간이 흘러야 비로소 희열이 찾아오는 일이 서예라는 생각을 감히 해본다. 선생님은 이미 1992년도에 대한민국서예대전 대상으로 실력을 인정받았으니 새삼 장황하게 업적을 늘어놓을 필요도 없다.

또한 선생님은 교직생활을 하면서 한글서예의 보급에 힘썼다는 것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일이다. ‘혼자 가면 빨리 갈 수 있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갈 수 있다’는 말을 행동으로 보여주셨다. 교직에 있을 때는 서예연구회를, 지금은 한글서예사랑모임을 이끌고 가르치고 계시니 나눔과 배려의 마음은 어떤 화려한 문장이나 형용사, 부사로도 모자라다. 모든 예술가가 제자를 기르고 있지만 선생님의 오랜 제자 사랑은 유별나다. 대가연하지 않고 소탈하고 늘 인정이 넘치는 태도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고, 배움의 장에 동참할 수 있었던 거다.

현대미술관 1관에서 만난 선생님의 시는 놀람 그 자체였다. ‘제주어로 쓰는 제주 사람이야기’를 자주 읽은 적이 있어 선생님의 필력이 좋은 줄을 알았지만 문예지 ‘문예운동 2015년 여름호’로 등단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서예를 하시면서 희로애락이 드러나 있는 시는 겨울을 이겨낸 꽃들이 꽃봉오리를 세상에 드러내듯이 오랜 작업 속에서 터득한 깨달음을 시로 풀어냈고, 서예작품으로 옷을 입혔으니 더욱 감동이었다. 선생님은 제주어에도 일가견이 있어 ‘제주방언으로 시를 쓰는 사람이 최근에 몇 사람 있지만 모두 현병찬만은 따라잡기 힘들 것 같다’는 추천의 말은 정직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대한민국 한글서예인들의 위상을 더욱 높이고, 한글서예 중흥과 더불어 세계적으로 한글서예의 예술적 조형미를 꽃피우는 데 힘을 쏟겠다”는 한국미술협회 부이사장 당선 소감대로 선생님은 한글서예의 미(美)와 우수성을 세계 속에 전파하는 공이 크다.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제주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현대미술관에 가서 한곬 선생님의 작품을 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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