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 엘리트층의 탈북이 잇따르고 있는 것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공포정치와 국제사회의 초강력 대북제재의 영향에 따른 필연적인 결과물로 풀이된다.

   

과거에는 배고픔을 참지 못하고 탈출하는 '생계형 탈북민'이 대부분이었지만, 2013년 12월 장성택 처형 이후로는 김정은의 공포정치를 견디지 못하고 한국행을 택하는 북한 간부들이 늘었다.

   

특히, 올해 들어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전례 없이 강력한 대북제재 결의(2270호)를 하면서 해외 파견자를 중심으로 엘리트 탈북이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12일 통일부에 따르면 올해 1~9월 우리나라에 입국한 탈북민은 1천36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854명)보다 21% 늘었다.

   

한국행을 선택하는 탈북민 수가 연간 3천명에 육박했던 2000년대 말, 2010년대 초에 비하면 그 수는 감소했지만, 엘리트층과 출신 성분이 좋은 해외 파견자 탈북이 급증하는 등 탈북 유형은 완전히 달라졌다.

   

핵심 권력기관에서 근무하던 고위급 인사의 탈북도 눈에 띈다.

   

지난해 북한 '김정은 체제' 보위를 위해 주민 동향감시와 '반혁명분자' 색출 임무를 담당하는 국가안전보위부(성)의 국장급과 대남 공작업무를 담당하는 정찰총국의 대좌(대령)가 탈북해 입국했다.

   

올해 들어서는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에서 근무하던 태영호 공사와 중국 베이징 북한대표부에서 근무하던 보건성 1국 출신 간부가 한국으로 망명했다. 보건성 1국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그 가족의 전용 의료시설인 평양 봉화진료소와 간부용 병원인 남산병원, 적십자병원을 관할하는 곳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해 탈북한 보위부 국장급 인사는 "평양 민심이 뜨겁다"며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에 대한 북한 주민의 민심이 좋지 않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진술은 북한 주민들이 김정은의 공포통치 때문에 조직적인 저항에 나서지는 못하고 있지만, 김정은 정권의 통치방식에 불만을 품고 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특히 출신 성분이 좋은 엘리트층이 많이 거주하는 평양에서도 김정은이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뜻도 된다.

   

탈북민의 학력 수준과 직업구성을 봐도 최근 엘리트층 탈북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통일부 자료를 보면 북한에 있을 때 대졸 이상의 학력을 보유했던 탈북민의 비율은 2011년 5.7%, 2012년 5.3%, 2013년 6.6%, 2014년 6.6%, 2015년 7.3%로 상승 추세를 보였다.

   

남북하나재단 통계를 보면 교원, 연구원, 의사 등 전문직 출신 탈북민은 남한 거주 기간이 5∼10년인 탈북민 가운데서는 2.5%였지만, 1∼3년인 탈북민 중에서는 5%를 차지해 2배가량 많았다.

   

비교적 엘리트층이라고 할 수 있는 예술·체육계 출신자 비율도 남한 거주 기간이 5∼10년인 탈북민은 1.8%였지만 1∼3년 거주자 중에서는 3.3%로 늘었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영향으로 본국 송금 압박이 커지면서 외화벌이 일꾼 등 해외 파견 근무자의 탈북도 급증했다.

   

중국 닝보(寧波)의 류경식당에서 근무하던 북한 종업원 13명이 집단 탈출해 지난 4월 7일 입국한 데 이어 중국 산시(陝西)성에 있는 북한식당에서 탈출한 여성 종업원 3명이 탈출해 6월 말 국내에 들어왔다.

   

지난달 28일에는 극동지역 북한 인력송출회사 한 곳의 간부가 북한 근로자 4명과 탈북해 입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최근 6개월간 러시아에서 근무하던 북한 근로자 20여명이 탈북해 모스크바 난민 보호시설 등에서 한국행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엘리트 탈북이 늘어나면서 김정은의 공포통치가 더 매서워지고, 숙청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간부들이 탈북하는 악순환 현상도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언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은 지난달 21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은 집권 이후 140여명의 고위 간부를 처형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고위 간부의 처형이 일상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7월 말 태영호 공사의 한국 망명에 책임을 물어 유럽지역을 담당하는 궁석웅 외무성 부상(차관)이 지방 협동농장으로 혁명화 교육을 가고, 외무성 유럽라인의 간부 4명이 지방으로 좌천됐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정보당국의 한 관계자는 '탈북에 화난 김정은이 궁석웅 부상을 숙청(혁명화 교육)했다'는 국내 한 언론의 보도에 대해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도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보도에 대한 확인을 요청하자, "지금 관련 내용을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