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 불감증’ 드러낸 중국인 공항 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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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희한한 장면이 최근 제주국제공항에서 실제로 벌어졌다. 30대 중국인 남성 A씨가 공항 담장을 넘어 탈주한 것이다. 지난 18일 밤 11시께 항공편으로 제주공항에 도착한 A씨는 서쪽 관제탑 인근의 펜스를 넘어 도주했다가 14시간 만에 제3의 장소에서 붙잡혔다고 한다. 공항 담벼락은 높이가 3.5m에 달하는 데다 철제 가시 철망이 둘러처져 있고 여기저기에 CCTV가 설치돼 있다. 그럼에도 A씨가 항공기에서 내려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은 채 버젓이 월담 도주했다고 하니 말문이 막힌다. 이 사건은 당국의 보안불감증이 얼마나 허술한지를 보여준 사례다. 연간 2000만명이 이용하는 제주국제공항의 보안시스템이 고작 이 수준인가. 국제범죄가 늘어나면서 도민 불안이 점증하는 현실인 것을 감안하면 결코 예사로 넘길 문제가 아니다.

중국 하얼빈발 항공편을 타고 제주에 온 문제의 A씨는 대합실까지 운행하는 버스에 탑승하지 않고 계류장에서 곧바로 달아났다. 야밤에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혼자 유유히 외곽으로 걸어갔고, 그 곳에서 월담한 것으로 보인다. A씨의 도주 사실은 출입국 수속 과정에서 탑승객 인원 1명이 부족한 것이 드러나면서 CCTV를 통해 확인됐다고 한다. 또한 A씨는 지난해 오라동 건축현장에서 일하다 불법체류 사실이 적발돼 강제 출국됐었다. 그런 이력의 A씨가 공항 입국수속을 받지 않고 다시 밀입국을시도한 것이다.

관련 당국은 이번 사건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국가보안시설인 제주공항이 한낱 중국인 입국자에게 뚫릴 정도라면 이는 그 자체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작은 구멍이 결국 국제테러 같은 충격적인 사건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구멍이 뚫린 제주공항 보안에 전면적인 점검과 보완책 마련은 당연하다. 더 나아가 이러한 국제범죄나 불법체류 등에 대응할 조직 정비도 서둘러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미덥지 못하다. 마치 당장이라도 신설될 것 같았던 출입국관리사무소의 이민특수조사대는 물 건너갔고, 지방경찰청 외사과 신설 방안도 더는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으니 하는 말이다. 심각해지는 외국인 범죄 대응을 위한 정부의 전향적인 조치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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