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자는 몸으로 말한다'…사인 규명의 '선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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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날 맞아 제주경찰청 과학수사대 검시조사관 박조연씨 인터뷰
▲ 제주지방경창청 과학수사대 검시조사관인 박조연씨는 도내 유일의 여성 검시조사관이다. 사진은 박조연씨가 수집한 증거물을 컴퓨터로 분석하고 있는 모습.

“억울하게 죽은 이들의 진실이 왜곡되는 이 없도록 철저히 밝혀내겠습니다.”

만 5년차 베테랑 검시조사관인 제주지방경찰청 과학수사대 박조연씨(34)는 도내 유일의 여성 검시조사관이다.

검시조사관은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그 누구보다 먼저 현장으로 뛰어가 증거물 수집·분석 작업을 통해 사인과 과정을 찾아내고, 분석해 객관적 근거로 규명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21일 경찰의 날을 앞두고 만난 박 조사관. 그녀의 눈은 과학 밑바탕을 통해 ‘진실’을 밝히겠다는 열정으로 가득했다.

그녀는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직관력을 무기로 사건 현장을 꼼꼼히 살피는 열혈 조사관으로 불리고 있다.

제주한라대학교 간호학과를 졸업한 뒤 도내 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했던 박 조사관은 보건직 9급 직렬 공채로 2010년 6월 경찰에 입문했으며, 현재 7급 보건주사보로 승진했다.

박 조사관은 “간호학을 더욱 활용할 수 있는 분야가 있는지 찾다가 검시조사관이란 직업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지원 동기를 밝혔다.

그런데 검시조사관의 일이 처음부터 녹록지만은 않았다. 흥건한 피와 역겨운 냄새는 물론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된 주검을 가녀린 여자의 오감을 통해 느껴야 했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 이제는 익숙하다는 그녀는 “시신에 대해 객관적으로 분석해야 하는 입장이다 보니 최대한 감정이입을 덜 하고자 많이 노력했다”며 “지금은 몸 관리를 잘 못해 체력적으로 힘들 뿐”이라고 했다.

박 조사관은 근무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가끔 형사들이 단순 추락사로 보는 사고가 있는데 자세히 보면 시신의 몸에서 역과 손상이 발견될 때가 있다”며 “이같이 죽음의 원인을 명쾌하게 밝힐 때 가장 보람 있고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역과 손상이란 차량이 사람을 밟고 지나갔을 때를 말하는데 이럴 경우 피부 자체에는 손상이 적거나 혹은 없을 수도 있지만, 심각한 내부 손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박 조사관은 “죽은 사람은 말을 할 수 없으나, 몸으로는 이야기하고 있다”며 “그들이 하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찾는 게 우리 검시조사관의 임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인권이 죽은 사람에게도 보장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지금의 열정을 갖고 이 일을 감당할 수 있을 때까지 죽은 이들의 인권 보호에 앞장서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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