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나쁜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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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영 편집부국장

‘최순실 게이트’가 온 나라를 뒤흔들고 있는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4일 ‘임기 내 개헌’을 공식 천명했다.


이를 두고 국민들은 국정을 농단한 ‘최순실 게이트’를 덮으려는 것 아니냐는 강한 의구심을 갖고 있다.


박 대통령은 2007년 1월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4년 연임제’ 개헌 제안에 대해 ‘참 나쁜 대통령’이라며 반대 뜻을 분명히 했다.


2007년 1월 9일 노 대통령은 임기를 11개월 남긴 시점에서 대국민 담화를 통해 전격적으로 개헌을 제안했다. 현행 5년 단임 대통령제를 4년연임제로 바꾸자는 것이었다. 당시 한나라당 대권주자였던 박


대통령은 이 같은 개헌 제안에 대해 “참 나쁜 대통령이다. 국민이 불행하다. 대통령 눈에는 선거밖에 안 보이느냐”는 반응을 보였다고 이정현 당시 공보특보(현 새누리당 대표)가전했다.


박 대통령은 특히 “민생경제를 포함, 총체적인 국정위기를 맞고 있고, 선거가 1년 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개헌 논의를 하면 ‘블랙홀’처럼 모든 문제가 빨려 들어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개헌 블랙홀’을 들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번에 박 대통령이 꺼내든 ‘개헌카드’는 시점과 불순한 동기가 문제가 되고 있다.

 

대기업들로부터 수백억원을 모금한 민간 재단의 설립에 깊숙히 개입한 것도 모자라 국정 전분야를 농단한 의혹이 있는 ‘최순실게이트’로 온 나라가 시끄러운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개헌을 제시한 것이다.

 

정치 입문 후 줄곧 4년 단임제를 주장했던 박 대통령이 갑자기 개헌 카드를 꺼낸 것에 대해 국민을 기만하려는 의도가 있었다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개헌 논의가 블랙홀처럼 모든 문제를 빨아들일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대통령 기록물이 유출됐다는 의혹이 언론을 통해 폭로되면서 박 대통령은 대국민 사과까지 했다.


‘최순실 블랙홀’이 ‘개헌 블랙홀’을뛰어 넘으며 모든 이슈를 집어 삼켜버린 것이다.


모든 일을 추진하려면 명분과 동력이 필요하다.


박 대통령이 꺼내든 ‘개헌 카드’는 명분과 동력을 모두 상실했다. ‘최순실 게이트’가 ‘개헌 카드’의명분과 동력을 모두 삼켜버렸기 때문이다.


개헌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국민들도 많다. 하지만 ‘개헌 카드’가 ‘최순실 게이트’를 덮기 위한 것이라면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먼저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을 한 뒤 개헌 논의를하는 게 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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