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秋夜吟(추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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作詩 白山 李世番 (작시 백산 이세번)

江閣淸宵上橘登 강각청소상귤등 고요한 밤 강가누각 귤나무에 불 밝히니/

茶烟風定暮雨凝 다연풍정모우응 차 연기 바람 없어 비에 엉켜 사라지네/

苦吟偶似悲秋士 고음우사비추사 임 그리는 아픈 시 쓸쓸한 선비 슬픔인데/

屢到依然包畵僧 누도의연포화승 그림 속 스님은 언제나 의연하네/

紅葉雕傷山影瘦 홍엽조상산영수 단풍은 시들어가고 산 그림자 희미하며/

碧天來濶海波澄 벽천재활해파징 푸른 하늘 드넓고 바닷물결 깨끗하네/

何當共學飡霞術 하당공학찬하술 신선의 손하술을 어찌하면 배울까?/

去問蓬萊頂上登 거문봉래정상등 봉래산 등정하여 물어 보고 싶구나/

 

▲주요 어휘

△風定=바람이 불지 않다 △凝=엉길 응 △秋士=근심 많은 선비

△飡霞術=노을이 바다에 물들어 바다를 찬란하게 하는 방법, 작자는 자연현상을 신들의 작품으로 표현

△蓬萊山=전설상의 3신산 중의 한 개의 산, 금강산의 여름 이름

 

▲해설

백산 이세번(白山 李世蕃) 공은 고부이씨(古阜李氏) 입도조(入島祖)이시며 필자의 16대조가 되신다. 필자는 학창시절부터 한시에 관심을 가졌으나 특별히 외워서 다니는 시는 한 두 편뿐이었다. 위 시문을 접하게 된 것은 50대 초반 종중에서 발표 된 내용을 입수하여 보게 되었는데, 조상의 시문이어서인지 작시되는 과정이나 동기 등을 살펴보고는 마음 속 깊이 자리 잡게 되었다.

 

백산은 1484년 성종(成宗) 15년에 태어나셨으며 강직한 성품에 정암 조광조(靜庵 趙光祖)와 함께 한훤당 김굉필(寒喧堂 金宏弼) 선생에게 수학하였다. 중종(中宗)조에 현량으로 관직에 나가 의금부 도사에 재직 중 중종 15년 기묘사화가 일어나 조광조 등 신진현량들이 사사되거나 유배 또는 퇴출되었다. 공은 사정기관에 재직 중이어서 조용히 있었는데, 해가 바뀌고 많은 시간이 흘러도 신진사류(新進士類)에 대한 탄압은 계속되었다. 이에 공은 관직을 버리고 성균관 유생들과 같이 대궐 안으로 들어가 강력히 소변(疏辨)하니 조광조 일파로 몰아 제주 대정현에 유배되었다.

 

위 시는 대정적소에서 지어진 것으로 사료된다. 강각(江閣), 비추사(悲秋士), 고음(苦吟) 등의 어구(語句)를 보면 제주에 적응하지 못 한 채 살아가는 유배생활의 쓰라림이 보이지만 귀향의 꿈을 잃지 않고 살아가고 있었음을 봉래산을 향한 마음으로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공은 유배된 지 6년째인 44세를 일기로 적소에서 운명하셨다. 그때 상황으로는 육지로 반장할 수 없어 부인과 아들이 내려와 지금의 한경면 고산리 속칭 신물에 안장하였고 그 후 후손들이 제주에 살게 되었다.

<해설 수암 이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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