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새미오름 정상에서 보이는 한라산 전경.

제주의 오름과 자연을 간직하고 있는 제주시 봉개동은 다양한 휴양시설과 현대사의 아픔인 제주4·3을 느낄수 있는 제주4·3평화공원이 있어 관광객은 물론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곳이다.

 

특히 봉개동에 있는 명도암 마을은 목초지와 아담한 들판 사이로 억새가 절정을 이루는 이맘때쯤 가을의 정취를 즐기기 그만이다.

 

명도암 마을은 1604년 조선시대 유학자인 ‘명도암 김진용(明道菴 金晋鎔)’ 선생이 이 마을에 살면서 명도암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김진용은 광해군의 실정을 비판하다 제주에 유배를 왔던 이익의 제자다. 그는 제주에 유학의 기틀을 닦은 대학자로 지금의 오현단 자리에 장수당을 세우는 데 큰 공헌을 했다. 이후 이 장수당은 제주의 대표적인 유학의 전당인 귤림서원으로 발전했다.

 

   
▲ 마소가 찾는 조리새미의 마지막 샘. 샘 주위로는 최근 데크가 정비됐다.

명도암과 함께 또 하나의 이름을 얻게 된 오름이 있다. 바로 명도오름이다. 지금은 안새미오름으로 더 알려졌다. 이 오름은 찾는 이에 따라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유학을 섬기는 이에겐 명도오름, 샘을 찾는 이에겐 조리새미오름, 바로 옆 밧새미 오름과는 형과 아우 같다 해서 성제(‘형제’의 제주어)오름, 형제봉으로도 불리며, 지리적 형태면에서 안과 밖의 의미로 안새미 오름으로도 불린다.

 

이 오름은 명도암 김진용 선생의 은거지로도 유명하다. 오름 들입구에 들어가기 전 국어학자 이숭녕 박사가 지은 명도암선생유허비(明道庵先生遺墟碑)도 이곳에 서 있다.

 

김진용의 비가 서있는 곳에서 조금 더 안으로 들어가면 오름 끝자락에 사시사철 마르지 않는 샘이 있다. 물이 부족한 중산간 마을에 오름이 선물한 용천수다. 이 샘은 그 모양이 ‘쌀조리’ 같이 생겨 조리새미라는 이름이 붙었다.

 

 

   
▲ 명도암 김진용 선생 유허비.

또한 이 샘물은 먹는 순서도 있다. 처음 바위틈에서 나오는 물은 사람이 마신다. 두 번째 물에서는 쌀을 씻고, 다음 물에서는 빨래를 한다. 그리고 마지막 샘은 마소와 새 등 여타 동물들이 마른 목을 적신다. 사람과 짐승이 함께 사는 방법을 이전에 깨쳤던 선조들의 지혜가 엿보인다.

 

안새미오름은 최근 탐방로가 정비되면서 더 안전하게 오를 수 있게 됐다. 하늘로 올곧게 뻗은 삼나무숲이 우거진 둘레길과 날것 그대로의 자연림을 보여주는 등산로가 각기 다른 정취를 뽐내며 오르미들을 기다린다.

 

제법 가파른 등산로를 땀나게 오르면 이내 표고 396m의 정상에 다다른다. 정상에는 산불 감시용 초소인 경방초소와 오름을 찾는 이들이 편히 쉴 수 있게 평상이 놓여 있다. 평상에 앉아 바라보는 풍경은 다시 하산해야 한다는 생각조차 잊게 한다. 하늘과 맞닿은 지평선을 따라 봉개동 민오름, 큰지그리오름,족은지그리오름 등 올망졸망 솟아 오른 오름들과 한라산이 병풍처럼 둘러 있다. 파란하늘 아래선 수채화요, 구름 낀 날엔 수묵화다. 명도암 김진용(明道菴 金晋鎔) 선생도 이 광경에 놀라 안새미오름 한 자락을 자신의 집으로 삼았을까. 한적하고 평화로운 분위기의 제주 들녘에서 고고한 선비의 기품이 느껴진다.

 

오름을 찾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제주시 봉개동 명도암 마을회관 앞에서 제주4·3평화공원 방면으로 20여m 지나면 우측으로 차 하나 지나갈 만한 샛길이 보이는 데 이 곳이 안새미오름으로 들어가는 입구다. 특히 오름 전망대 산불감시초소에는 관리인이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상주하며, 오름 등반시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신원을 작성해 기록해 두고 있다.

 

   
▲ 안새미오름 인근에 있는 명도암관광휴양목장에서는 양떼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명도암은 마을 자체가 어디 내놔도 손색없는 관광지다.

 

이곳은 안새미오름, 거친오름, 민오름 등 16개의 오름으로 둘러싸여 있고, 마을 인근에는 4·3평화공원과 노루생태관찰원, 절물자연휴양림은 물론 대규모 리조트 등 관광자원이 풍부하다.

 

또 농촌체험관광을 선도하며 ‘명도암참살이체험마을’로서 마을 이름을 더욱 빛내고 있다.

 

김치 담그기, 나무곤충 만들기, 고추장 만들기, 도자기 만들기 등 마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각종 체험거리는 명도암이 올해 농림축산식품부의 '가족여행하기 좋은 농촌관광코스 10선'에 선정되는 쾌거를 안겨 주었다.

 

또한 명도암 마을에서는 제주 중산간 지대의 초원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는 양떼들을 보며 여유로운 시간을 만끽할 수도 있고 제주 전통 말인 조랑말을 타보는 승마체험도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