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딜런과 제주어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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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용준 한국문인협회 이사 작가/논설위원

“사람은 얼마나 많은 길을 걸어봐야 진정한 인생을 깨달을까요/ 흰 비둘기는 얼마나 많은 바다 위를 날아봐야 백사장 위에 잠들 수 있을 까요/ 전쟁의 포화가 얼마나 많이 휩쓸고 나서야 세상에 영원한 평화가 찾아올까요/ 친구여, 그건 바람만이 알고 있어요. 그건 바람만이 대답할 수 있답니다” 밥 딜런의 대표작 ‘바람만이 아는 대답‘이라는 노래의 일부이다.

2016년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음악가인 밥 딜런이 선정되면서 ‘문학성’에 대한 논의가 일고 있다. 노벨문학상 심사위원회는 ‘위대한 미국 노래의 전통 속에서 새로운 시의 표현을 창조했다.’고 선정이유를 밝혔다.

미국 현대시 전문가인 도쿄 대학의 하라 교수는 딜런 노래의 매력을 “가사 안에서는 모든 것을 설명하지 않고 이미지만을 제시하여, 메시지를 받아들이는 것은 듣는 사람에게 맡긴다는 점에서, 시로서의 매력이 있다.”라고 평가하고 “음악과 문학의 전통을 융합하여, 그 밖에 만들어 낼 수 없는 새로운 표현을 만들어낸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달리 해석하면 ‘문학성을 추구하는 게 문학’이기 때문에 전통적인 문학의 영역을 확장했다는 말이다.

그러나 일부 문학자들은 이에 반발을 한다. 문학성이 문학의 예술적인 특성이라면 ‘문학성’이 ‘문학’의 함의보다 클 수 없기 때문에 ‘문학성’만을 가지고 문학을 평가한다는 것은 잘못이라는 것이다. 문학엔 시대정신이라는 것도 담겨 있고 계층별 다양한 인간의 삶의 양식이 녹아 있기 때문에 문학이 추구하는 것이 문학성이긴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말이다.

가령 고전소설인 ‘춘향전’이 조선시대에는 문학성이 있는 작품으로 평가될지 모르지만 현대적인 기준으로 보면 아주 유치한 작품이라는 평가다.

필자는 이런 논쟁을 보면서 제주어로 된 시를 생각했다. 제주어는 형식적, 형태적으로 타 지방의 언어와는 이질성을 가진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제주 사람들의 정신, 현실적 삶의 양태를 기록함에 있어 제주어를 사용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제주어를 사용한다고 다 문학이 되는 것은 아니다. 요즘 버스정류장에 걸린 제주어 시를 보면서 저게 과연 시인가 하는 생각을 할 때가 많다. 어감을 잘 살린 우수한 작품도 있지만 시라고 보기에는 언어유희(말장난) 같은 것들도 많다.

제주어 시가 문학작품이 되려면 당연히 문학성이 있어야 한다. 딜런의 노래 가사처럼 반전과 평화 같은 거창한 내용이 아니더라도 제주인의 삶을 예술적으로 승화해야 문학이 된다.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을 도막내어 기록한다고 전부 시가 되는 건 아니다. 제주어 시가 문학 작품이 되는지 여부는 표준어로 바꿔놓고 분석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제주어에는 중의적인 표현이나 의성어, 의태어가 발달되어 있다. 가령 ‘살암시민 살아진다’라는 표현을 보자. 이는 아무렇게 살아도 된다는 표현도, 죽지 않으면 산다는 표현도 아니다. 어떠한 고난과 역경이 있어도 살려는 의지만 있으면 살 수 있다는 제주의 자연과 역사가 만들어낸 말이다. 이런 제주의 일상적 언어도 문학이라는 장치로 걸러져야 문학 작품이 된다.

또 하나 제주어로 된 시를 보면서 느끼는 것은 표기 방식이 너무 자의적이라는 것이다. 아래아의 표현을 기준도 없이 혼용한 것이라든지, 어휘 뜻을 잘못 이해하거나 견강부회해서 쓴 것이 많다.

이는 제주도에서 편찬한 ‘제주어사전’이나 제주발전연구원에서 펴낸 ‘제주어표기법해설’을 찾아 확인하면 금방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데, 그것을 시적허용이라고 우기는 것은 무지의 소치다.

제주어를 사용한 작품은 제주문학의 정체성을 가장 잘 드러낸다. 행정 당국에서 제주어 문학작품을 파급할 방안을 마련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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