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노선과 모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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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종 서귀포지사장 겸 논설위원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9일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대통령직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다”고 밝혔다.

‘자진 하야는 없고 개헌을 통한 임기 단축’을 마지노선으로 제시했다는 것이 정치권의 분석이다.

이에 야 3당은 “탄핵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며 강력 비난하고 “임기 단축 협상은 없다”며 예정대로 오는 2일 탄핵을 강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탄핵의 열쇠를 쥐고 있는 새누리당 비박계가 “오는 9일까지 1주일이라는 여·야 대타협의 시간을 가져보고 합의안이 도출되지 않으면 탄핵으로 가자”고 한 발 물러선 것이다.

따라서 국회의 탄핵 마지노선은 앞으로 1주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마지노선은 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프랑스가 독일군의 공격을 저지하기 위해 구축한 대규모 요새로 당시 이를 제안한 프랑스 국방장관 앙드레 마지노의 이름을 딴 것이다.

프랑스와 독일 국경 750㎞에 걸쳐 건설됐으며 당시 160억 프랑(현재 가치로 약 20조원)이라는 막대한 공사비가 투입됐다.

대전차 방어시설과 각종 포대, 지휘소, 탄약고, 식량창고는 물론 주거지와 지하 철도망까지 갖춘 난공불락의 최첨단 요새였다.

마지노선은 요즘도 ‘최후 방어선’ 또는 ‘최후의 보루’ 등의 뜻으로 쓰이고 있지만 정작 2차 세계대선 때는 제 기능을 하지 못한 채 무용지물이 돼버렸다.

독일군 기갑부대가 마지노선을 피해 벨기에를 우회 침공한 후 프랑스로 진격함으로써 프랑스는 이 요새와 이 곳에 주둔해 있는 80만 병력을 제대로 써보지도 못해 본 채 독일에 항복을 해야만 했다.

▲이번에 박 대통령의 제시한 퇴진 마지노선은 제대로운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대다수 국민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그럼에도 여야 및 각 정파의 마지노선 돌파 전략은 중구난방이다.

야 3당은 2일 탄핵 표결이라는 정면 돌파를 선택했지만 이견이 적지 않은 것 같다.

비박계의 절대적 동조가 없을 경우 탄핵이 물 건너가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위험 부담도 크다.

때문에 지금은 비박계가 요구하고 있는 1주일간의 완충 기간을 둔 우회 전략이 오히려 현실성 있어 보인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속담이 있듯이 탄핵을 성사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어찌됐든 박 대통령이 스스로 물러나지 않으면 탄핵을 해야 한다는 것이 국민들의 요구다.

박 대통령의 퇴진 마지노선이 모래성과 다를 바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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