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진 풍파 견디며 생계 잇던 어머니의 삶
'제주해녀문화' 세계유산으로 우뚝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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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주체의 문화, 유네스코 첫 사례로 주목
道, 해녀의 날 지정·생업 지원 등 보존책 마련
▲ 제주해녀문화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열린 유네스코 제11차 무형문화유산보호협약 정부위원회(이하 무형유산위원회)에서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 목록에 등재됐다.

제주해녀문화가 제주를 넘어 세계인이 지켜야할 인류무형문화로 우뚝 섰다.


1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에서 지난달 30일 열린 유네스코 제11차 무형문화유산보호협약 정부위원회(이하 무형유산위원회)에서 제주해녀문화의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 등재가 최종 결정됐다.


이에 따라 제주해녀문화는 우리나라의 19번째 인류무형문화유산이 됐다. 특히 현재 등록된 인류무형문화유산 340여 개 종목 중 여성이 주체인 종목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제주해녀문화는 여성이 일군 문화로는 세계에서 첫 사례로 기록되는 쾌거까지 이루게 됐다.


등재 신청부터 등재까지 2년 8개월간의 여정을 살펴보고 유네스코 등재의 의의와 앞으로 추진될 제주해녀문화의 전승·보전 계획에 대해 살펴본다.


▲제주여성의 상징 ‘해녀’=제주해녀는 끈질긴 생명력과 강인한 개척정신으로 어려운 작업 환경을 딛고 생업을 영위해 온 제주여성의 상징이다. 아무런 기계장치 없이 보통 10m 정도 깊이의 바다 속을 약 1분간 잠수해 해산물을 채취하는 등 맨 숨, 맨손을 사용해 생태적·친환경적 어업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제주해녀는 가족을 위한 강인한 생활력을 지녔을 뿐 아니라, 공존과 번영을 위해 단단한 공동체를 형성하는 등 전통시대에 오히려 현재보다 더욱 주체적인 삶을 살았던 여성으로 평가 받고 있다.


또 이러한 생업을 바탕으로 신에게 의지하는 생활에서 생겨난 무속신앙과 노동요, 언어표현 등 자신들만의 독특한 문화를 창조하고 세대에서 세대로 전승해왔다.

▲ 해녀들이 해산물을 채취하기 위해 바다로 나서고 있다.

▲사라져 가는 숨비소리=하지만 제주해녀는 해마다 그 수가 점차 감소하면서 존재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 


제주해녀는 1970년 1만4143명이었으나 관광산업의 태동과 산업구조 개편에 따른 바다밭 축소 등의 이유로 1980년도에 7804명으로 절반 가까이 줄어든다. 이후 지속적인 감소를 보였으며 최근 5년간 연도별 해녀 수는 2011년·4881명, 2012년·4574명, 2013·4507명, 2014년 4천415명, 2015년·4377명 등으로 504명이 감소했다.


반면, 새로 가입한 해녀는 2011년·19명, 2012년·14명, 2013년·14명, 2014년·29명, 2015년·13명으로 89명에 불과했다.


이 같은 해녀 감소 추세가 이어진다면 해녀 정년을 80살로 가정했을 때 10년 후면 약 60%, 20년 후면 약 84%인 3685명이 줄어들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제주해녀 세계로 유영하다=지속적인 해녀 수 감소와 노령화로 명맥이 끊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자 제주해녀의 전승·보존의 중요성이 대두됐다. 이에 따라 제주특별자치도는 2009년 ‘제주도 해녀문화 보존 및 전승 조례’를 제정하고 2011년 본격적으로 제주도 해녀문화보존 및 전승위원회를 구성해 제주해녀문화 세계화 5개년 기본계획을 확정했다.


이어 정부와 제주도는 더욱 체계적이고 적극적인 관리를 위해 2014년 3월 유네스코에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신청을 하고 2년 8개월 만인 지난달 30일 최종 등재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제주해녀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서, 무엇보다 세계에 해녀문화의 가치를 알리고 관련 공동체의 자긍심을 높여 사라져 가는 제주해녀문화를 보호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 해녀가 갖고 있던 물질에 대한 부끄러움을 자신감으로 바꾸는 계기가 돼 신규해녀 육성 등 해녀문화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사업에 해녀 스스로가 적극적으로 참여, 해녀문화를 잇는 원동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해녀들이 문어와 소라 등 해산물을 채취하고 뭍으로 향하고 있다.

▲앞으로=제주도는 오는 14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제주해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선포식을 열고 도민과 기쁨을 나눈다. 선포식은 ‘해녀헌장’ 발표와 축하공연 등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이달 말 완료 예정인 ‘제주해녀문화 중장기 발전방안 연구’ 용역을 바탕으로 해녀문화의 보존과 전승을 위한 5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세계화 방안을 만드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제주도는 내년에 ‘제주해녀의 날’을 지정하고 도내 100여 개 어촌계마다 유네스코 문화무형유산 동판을 제작·보급해 해녀들의 자긍심을 높이고 유네스코 등재까지의 과정을 엮은 백서를 발간할 예정이다.


또 다양한 연구·조사 사업과 제주해녀의 생업 지원 확대, 법환·한수풀 해녀학교에 영상교재 발간 등을 지원, 해녀 보존과 양성을 위한 근본적인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내년 세계중요농업유산(GIAHS)에 제주해녀문화 등재를 추진, 국가중요어업유산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이어 제주해녀문화 3관왕에 도전한다.


백나용 기자 nayong@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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