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과 종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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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창. 신학박사/서초교회 목사

우리 한반도와 중동의 가나안 땅은 서로 비슷한 점이 많다. 대한민국은 강한 나라들로 둘러싸여 있다. 그들을 강한 짐승이라 생각하면 우리는 사나운 짐승들 한가운데 자리잡고 있는 셈이다. 그것만 해도 어려운데 남과 북이 갈라진 것은 더 심각한 문제이다. 그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우리 안에서 생겨나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한반도는 가나안 땅과 비슷하다. 가나안이나 이스라엘이나 팔레스타인이나 유대라는 이름 모두가 의미상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동일한 지역을 일컫는 말들이다.

강한 나라들 한가운데 위치해 왔다는 점과 교통의 요지라는 점, 그 안에서 끊임없이 문제가 생겨난다는 점에서 가나안 땅과 우리는 서로를 닮았다.

그런데 그 점을 거꾸로 뒤집어 생각해볼 수도 있다. 많은 나라들을 향하여 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구약성경의 출애굽기에 이스라엘 백성에게 주어진 약속의 땅에 대한 말씀이 나온다. 약속의 땅과 관련하여 두 가지 표현이 나오는데, 그 땅은 젖과 꿀이 흐르는 비옥한 땅이라는 것이요 그리고 그 땅에는 많은 이방민족이 살고 있다는 것이다.

자연조건이 훌륭하니까 여러 민족이 몰려 사는 것이 당연했다. 그런데 바로 그것이 문제가 된다. 가나안 땅의 민족들은 대자연의 많은 것들을 신으로 섬기며 살았다. 점이나 주술이 일상화되어 있었다. 살아있는 아이의 생명을 바쳐서 제사를 드리기도 했다. 대자연의 풍요를 기원하면서 단체로 육체관계를 맺는 예식도 있었다. 약속의 땅은 젖과 꿀이 흐르는 비옥한 땅이면서 동시에 어두운 종교들이 넘쳐흐르는 땅이기도 했다.

그런 여러 측면에서 오늘날의 대한민국은 가나안 땅을 닮았다. 경제적 부흥성장을 생각하면 대한민국은 축복의 땅인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놀라운 부흥 성장이 이루어지는 동안 어두운 문제들도 함께 성장해왔다. 경제성장은 경제만의 성장이 아니었다. 어두운 탐욕과 거짓의 성장, 폭력과 세속 문화의 성장, 무책임과 부도덕의 성장….

거짓된 권력의 배후에는 거짓 종교가 자리잡게 된다. 거짓된 권력일수록 초월적인 영역으로부터 자신을 정당화하려고 종교와 신을 앞세우려 하기 때문이다. 거짓과 탐욕은 종교와 권력을 한자리에 불러모아 가면무도회를 연다. 역사적 사명, 고난과 진리, 희생과 사랑 등의 가면들이 춤추는 동안 가면 뒤에서는 거짓과 탐욕의 어두운 역사가 그들만의 세상을 만들어간다. 거짓 종교가 세상과 역사를 농락하는 것인지, 탐욕스런 권력이 종교를 악용하는 것인지 가면 뒤에 숨은 그들조차 잘 분별하지 못한다.

추수감사절의 원조인 청교도들은 유럽을 떠나 신대륙을 향하는 대서양 한가운데서 그들끼리 이런 약속을 했다.

신대륙에 가서 나라를 세우면, 정치와 종교는 분리하자는 것이다. “중세를 장악해온 종교와 정치권력의 가면무도회는 더 이상 열리지 않게 해야 한다. 어두운 역사를 벗어나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려면 우선은 종교와 권력을 분리시켜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같은 시대 같은 땅에 사는 사람들끼리 할 수 있는 정도의 대화나 협조는 당연히 필요하다. 그러나 그 이 상은 안된다고 말해야 한다.

우리도 이제는 종교와 권력을 분리하자. 어떤 그럴 듯한 간판을 내걸더라도 그 뒤편을 밝히 보일 수 없는 모임이나 집회가 우리를 다스려서는 안 된다. 종교와 권력의 가면무도회는 더 이상 안 된다고 적극적으로 외치며 고발하자. 광화문에 촛불이 밝혀질 때는 그런 촛불도 타오르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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