隱逸開殘慕寵專 은일개잔모총전 남몰래 피고지면서도 사랑은 독차지해
瓊琚詠菊首多千 경거영국수다천 금옥 같은 국화 시 수천 수나 된다지만/
寒香一朶籬邊蒔 한향일타리변시 국화 한 송이 울타리 곁에 심고서
隻愛詩情待辰傳 척애시정대신전 구애의 시를 지어 꽃피길 기다려 전하네/
彩品香幽朝映旭 채품향유조영욱 색깔과 향기 좋고 아침햇살 빛나는데
霜風晩節意正憐 상풍만절의정련 풍상에 시달려도 절개 지킨 뜻 정히 가엾다/
才疎老我文不足 재소로아문부족 재주 없는 늙은 나는 글조차 부족하여
盡見蕭條醉醒焉 진견소조취성언 쓸쓸히 바라보며 술에 취했다 깼다할 뿐/
▲주요 어휘
△ 寵專= 각별한 사랑과 귀여움을 혼자 독차지함 =專寵(오로지, 전괼 총)
△瓊琚= 아름다운 옥(玉)이라는 뜻(옥 경, 패옥 거) △寒香= 국화를 일컬음 △朶= 늘어질 타 △隻愛= 짝사랑(새 한 마리 척, 사랑 애) △蕭條= 쓸쓸한 모양(맑은 대쑥 소, 가지 조)
▲해설
울타리 곁에 국화를 심고 꽃피길 기다리며 선운(先韻)으로 측기식 칠언율시(仄起, 七言律詩)를 지어보았다.
국화의 꽃말은 성실, 정조, 고귀, 진실이다. 국화에는 한향(寒香) 이외에도 이명(異名)이 많다. 황화(黃花)·황예(黃蘂)·은군자(隱君子)·은일화(隱逸花)·중양화(重陽花)·오상(傲霜)·상하걸(霜下傑)·황금갑(黃金甲)·동리(東籬)·동리가색(東籬佳色)·상파(霜葩)·연년(延年)·수객(壽客)·가우(佳友)·일우(逸友)·냉향(冷香)·금영(金英) 등으로도 불린다. 시인이면 적어도 한번은 국화시를 지었을 터여서 독창성을 발휘하기가 무척 어렵다. 국화에 얽힌 시가(詩歌)가 고금을 통해 볼 때 너무나 많으니 모자란 내가 어찌 나란히 노래 할 수 있겠는가? 나는 다만 국화를 벗하여 고뇌와 자적으로 난세를 살다갔던 도연명(陶淵明)의 시 '음주(飮酒)'를 짝사랑에 빗대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