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겨울은 바람이 매섭다. 기온은 영상을 유지하지만 찬 바닷바람은 체감온도를 영하로 떨어뜨리고 바람 덕분에 바닷가에서는 크게 소리 지르지 않으면 가까이 서서도 대화하기 힘들다. 그리고 대화가 짧아지면서 직설적인 화법을 구사한다. 그렇게 바람에 맞서 큰소리로 대화하고 직설적인 대화법이 몸에 배어서인지 간혹 외지인들은 제주사람들이 대화하는 것을 보며 싸우는 줄 알았다고 오해하기도 한다. 필자는 제주의 음식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거친 것을 거친대로 조리하고 꾸미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게 투박한 제주의 음식 중에서 특히 겨울에 만들어 먹는 음식을 꼽는다면 나는 메밀로 만든 음식들을 거론한다. 11월에 수확한 햇 메밀을 역시 비슷한 시기에 수확한 다른 재료와 섞어서 만드는 단순한 메밀 음식들이 의외로 많다. 예를 들어 범벅을 만드는 데 기본적으로 메밀가루를 가장 많이 사용했는데 범벅의 종류가 감저범벅, 무릇범벅, 넙패범벅, 는쟁이범벅, 깅이범벅, 톳범벅 등 십여가지 이상 되므로 그만큼 메밀음식은 많아진다.

 

또 한 가지 독특한 것은 메밀 음식에는 겨울 ‘무’를 함께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메밀칼국수나 메밀조베기(수제비)에는 늘 무를 채 썰어 넣었다. 메밀과 무를 주재료로 조리하는 제주의 전통 음식 가운데 ‘진메물’이라는 음식이 있었다. 지금은 많이 잊혀진 음식인데 무의 심심함에 메밀의 은근한 향이 더해져서 강렬하진 않지만 은근한 매력을 보여주는 음식이다.

   
 

▲재료

무 300g·물 1.5컵·메밀가루 3큰술·소금 1작은술·참기름 약간

▲만드는 법

① 무는 깨끗이 씻어 일정하게 채 썬다. 메밀가루는 물 반컵에 풀어 놓는다.

②냄비에 남은 물 한컵과 소금을 넣고 끓여 채 썬 무를 넣고 삶는다.

③무가 익으면 메밀가루 반죽을 붓고 섞은 후 반죽이 엉기기 시작하면 참기름을 넣고 가볍게 섞고 불을 끈다.

▲요리팁

①메밀가루의 분량은 조절 할 수 있다. ②무는 너무 익히지 않고 약간 살캉하게 씹히는 정도가 좋다.

②따뜻할 때 먹어도 좋고 차게 식혀도 무방하며 간혹 초겨울에는 ‘양하’를 섞기도 하며 다른 채소를 섞을 수도 있는데 많이 섞지 않고 전체의 10% 이내에서 섞어주는 것이 전체의 맛을 해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