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겨울에도 푸른색을 자랑하는 바농오름 전경.

오랜만에 바농오름을 찾았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바농오름 정상 굼부리 둘레는 정비가 안 되고, 찾는 이의 발길도 많지 않아 억새와 가시덤불을 헤치며 걷다보면 멀쩡했던 등산복이 누더기가 되기 일쑤였다.

 

올해 정상 굼부리 둘레는 물론 오름 하단부도 정비했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찾았다.

 

바농오름, 어디를 봐도 바농(바늘의 제주어)처럼 생기지 않았는데 어떻게 이런 이름을 갖게 됐을까?

 

이 오름에는 청미래덩쿨 등 가시덤불이 많아 바농오름이라고 불리 웠고, 한자로 침악(針岳) 또는 침산(針山), ‘바농’이라는 발음을 따와서 반응앙(盤凝岳)으로 표기됐다.

 

바농오름은 번영로에서 남조로로 우회전 한 후, 이기풍선교관 인근의 작은 길로 빠져 돌문화공원 후문에 주차하면 어렵지 않게 진입로를 찾을 수 있다.

 

다시 찾은 바농오름은 더벅머리 장발 총각이 깔끔하게 이발한 것처럼 잘 정비돼 있었다.

 

과거 오름 입구에서 정상에 이르는 길은 돌계단 길 하나였으나 지금은 오름 왼쪽을 에둘러 가다가 정상에 이르는 탐방로가 추가로 개설됐다.

 

1코스부터 3코스로 나뉘는데 과거부터 있던 돌계단은 1코스, 3코스는 오름 입구 좌우로 벌려 있는데 좌측으로 가다보면 정상에 이르고, 우측은 오름 둘레를 걷다가 다시 되돌아 와야 한다. 2코스는 오름 정상 굼부리 둘레길이다.

 

가장 빠르게 정상에 이르는 돌계단길(1코스)은 ‘바농’의 생김새처럼 이리 저리 흔들림 없이 곧게 뻗어 있다.

 

정비하기 전에는 돌계단 틈새로 온갖 잡풀과 가시넝쿨들이 탐방객의 발목을 잡았었는데, 이 역시 잘 정비됐다.

 

경사도도 심해 오르면서 다소 숨차기도 하는데, 보다 쉽게 오를 수 있도록 설치된 로프도 교체돼 있었다.

 

오름 입구에서 정상까지는 편백나무와 소나무 등 사철 푸르른 나무들로, 한 겨울에도 푸르름을 자랑한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오르다보니 옷이 땀에 흠뻑 젖는다. 내 몸에 쌓여 있던 독소가 한 순간에 빠져나가는 듯한 상쾌함을 느낀다.

 

정상이다. 2코스인 정상 굼부리 둘레 역시 야자수매트가 깔려 있어 걷기 참 편하다. 지난해에는 어른 키보다 높은 억새와 가시덤불 등을 헤치고 걷다보니 옷은 헤지고, 몸에는 생채기가 생기고 풀독까지 올라 병원을 찾기도 했었다.

 

잘 정비된 굼부리 둘레를 걷다보면 이 오름의 또 다른 얼굴을 접하게 된다.

 

정상까지의 탐방로에서 본 바농오름의 모습이 푸르름이라면, 맞은편에는 겨울이면 나뭇잎을 내던지는 활엽수림으로 나뭇잎이 모두 떨어져 다소 삭막한 느낌이다.

 

멀리서 이 오름을 보면 절반은 초록, 절반은 가시만 앙상하게 남은 잿빛이다.

 

여유롭게 굼부리 둘레를 걷는데 옆에서 꿩이 ‘푸드득’하며 하늘로 날아올라 탐방객을 놀라게 한다.

 

둥지에서 편안히 쉬고 있는데 낯선 탐방객이 자신의 영역에 침입했으니 놀라기는 저 꿩이 더 놀랐을 것이다.

 

굼부리 주변을 정비하기 전에는 빽빽이 자리 잡은 억새에 가로막혀 조망권이 없었는데, 지금은 주변을 감상할 수 있는 여유 공간도 생기고, 정상 산불감시초소 아저씨가 주위의 나무들을 이용해 얼기설기 만들어 놓은 사다리위에 오르니, 제주 북동부권이 내 품으로 달려드는 듯 하다.

 

지나간 가을을 그리워하며 아직도 은백색을 자랑하는 억새를 보며 걷다보면 제3코스에서 정상에 닿는 길과 만난다.

 

바농오름의 또 다른 면을 볼 수 있어 하산은 3코스로 하는 것이 좋다.

 

3코스로 내리막길을 다 내려온 후 출발지 방향으로 오름 하단부 둘레길을 조금 걷다가 주위를 조금만 살피면 코스(야자수매트)를 벗어난 곳에 먼저 왔던 오르미들이 나무에 매 놓은 리본들을 찾을 수 있다.

 

이 리본들을 따라가면 오름을 벗어나 조천목장길이 나오면서 바농오름 정상에서 봤던 족은지그리오름 입구이다.

 

앞서 방문했던 오르미들의 발자국 흔적과 리본만 잘 따라가면 어렵지 않게 족은지그리오름 정상을 밟을 수 있으며, 족은지그리를 지나교래자연휴양림 내에 있는 큰지그리오름까지도 오를 수 있다.

 

조문욱 기자

mwcho@je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