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시장님, 쓰레기 동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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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형. 제주펜클럽 회장/동화작가

쓰레기를 50%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홍보를 하기 위해 열심히 뛰시는 제주시장님의 강의를 두 번 들었다. 아름다운 섬을 쓰레기로 채울 수 없고, 다 처리할 수도 없는 사정에 충분히 공감이 갔다. 오죽하면 쓰레기 시장이라고 자랑처럼 얘기했을까.

수준이 낮아 쓰레기 시장이라고 말한 것이 아니라 쓰레기를 정말 잘 처리해야겠다는 정책을 안착시키기 위해 열정을 다하는 시장이라는 뜻일 게다.

시장님이 그러니 동장님들 역시 쓰레기 동장이라고 말하면서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열정을 쏟고 있다. 시민들을 위해 정책을 펼치고 복지를 위해 노력해야 할 공무원들의 행정력을 낭비하는 것 같지만 워낙 쓰레기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나선 것이리라.

제주시 노형동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으로 최근 저녁 6시부터 9시까지 노형오거리와 가까운 클린하우스에서 쓰레기 바르게 버리기 홍보활동을 했다.

종이쓰레기를 버리는 날이라 사람들이 박스와 종이 쓰레기를 담아 버리러 왔다.

어떤 젊은이는 박스 속에 비닐류의 쓰레기를 감추고 와서 버리는 바람에 가고 뒤늦게 발견하고 분류 처리해야만 했다.

어떤 아주머니는 우리를 보자마자 화를 내면서 아기를 키우는 주부에게 쓰레기 버릴 시간을 정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항의를 했다. 쓰레기를 요일별로, 저녁 6시에서 자정까지로 한정했으니 불편한 점이 이만 저만이 아닐 터여서 그 아줌마의 성냄이 이해가 되었다. 다행히 쓰레기를 버리는 시간이 오후 3시에서 새벽 4시까지로 연장되었으니 불만이 다소 줄어들었으리라 믿는다.

그동안 봉개동 쓰레기매립장과 저류조 파손, 하수종말처리장의 문제는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 익히 알고 있었다. 냄새와 오염으로 인한 지역주민들의 불편함을 말로 다할 수 없을 것이다. 반입량이 많아 미처 처리되지 못하는 쓰레기는 압축해서 육지로 보내야만 하는 실정이고, 고형연료로 전기를 생산하는 가스화발전소 건립도 지역주민들의 반발로 무산되었다.

음식물 쓰레기 처리에도 많은 문제가 있다. 한식 식단이 음식물 쓰레기 생산량을 늘리는 구조이니 쓰레기를 줄이는 건 어려운 일이다. 음식물 쓰레기 반입량이 많아 전부를 처리할 수 있는 설비를 가지고 갖고 있지 않은 데다 음식물 퇴비는 염분이 많아 농민들로부터 배척을 받고 있으니 이래저래 난감한 일이다.

제주를 가리키는 말들은 많다. 유네스코 3관왕의 섬, 세계 7대 자연경관, 우리나라의 보물섬 등. 우리 조상들이 꿈꾸어왔던 이어도가 틀림없다. 그런데 쓰레기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으니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쓰레기를 아무 때나 어느 곳이나 마음대로 버릴 수 있다면 그보다 더 편한 건 없을 듯하다. 그러나 자연을 해치는 일이니 부득이 지정된 날에, 지정된 시간에 버리도록 하는 것일 게다.

쓰레기 줄이기 50%라는 말을 들으면 우선 부담스럽다. 쓰레기를 태울 수도 없고, 묻어버릴 수도 없는데 모든 경제활동이나 생활 속에 발생하는 쓰레기를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 관광객들이 버리는 쓰레기는 또 얼마나 될까? 도민들이 버리는 쓰레기가 얼마나 된다고 50%씩이나 줄인단 말인가? 그러나 우리에겐 선택이 여지가 없다.

쓰레기를 줄이지 않으면 아름다운 제주도를 보존할 수 없기 때문에. 그래서 좋든 싫든 쓰레기 줄이기 사업에 동참할 수밖에 없다. 시장님, 동장님을 도와드릴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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