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로운 마음의 지들커로 세상을 지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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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희. 제주문화교육연구소장

추운겨울이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 준비를 한다. 만물도 월동준비를 하고 있다. 허술한 준비는 예측불허의 상황에 대처할 수 없게 한다. 환경오염으로 지구온난화는 세계 곳곳에서 이상 기후현상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 여름 열대야 일수가 길었고 집중호우가 내렸으며, 겨울은 짧아지고 한파는 더 강력해지고 있다.

과거 뚜렷했던 사계절은 찾아보기 힘들고, 무덥던 여름이 지나 가을인가 싶은데 벌써 겨울이다. 우리들 마음 또한 요즘처럼 추운 적이 없었다. 따뜻함으로 서로가 서로를 의지할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하지만 요즘 세상은 그렇지 못하여 더욱 우리를 춥게 만든다. 성실함이나 신의를 보장해 주는 사회정의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겨울은 사회적 한파가 더욱 강하게 몰아치고 있는 것이다.

과거 우리의 겨울은 연탄 한 장의 불씨가 소중했고, 석유난로 하나로 온 가족이 웃으면서 포근한 겨울을 지내기도 했다. 우리는 추운 시절에 손을 비비면서라도 온기를 함께 품었다. 때로는 겨울 추위보다는 세상으로부터 오는 추위가 사람들을 독하고 힘들게 한다. 이것이 우리 시민들의 삶 이었다.

추울수록 온기가 그리운 겨울이다. 제주에서는 겨울 준비를 위해 가을걷이가 끝나면 땔감을 마련해 둔다. 땔감은 제주어로 지들커라고 하는데, 지역에 따라 지들것, 짇을커라고도 한다. 해안 마을에서는 땔감으로 해초의 일종인 감태도 이용되었다. 산간 마을에서는 나무땔감을 ‘지들낭’이라고 한다. 지들커란 자연에서 채취한 재료들을 총칭하는 말이다.

지들커의 종류는 솔잎, 솔또롱(솔방울), 말린 소똥, 말똥, 낭가지(쭉정이), 소낭뿔리(소나무뿌리), 어욱(억새), 보리낭, 콩깍지, 고구마줄(말린 고구마줄기), 감태 등 다양하다. 일반 가정에서는 추운 겨울을 지내기 위해 지들커를 충분히 준비했다. 사람들은 지들커를 확보하기 위해 야산이나 들, 경작지 등으로 나섰다. 아이들도 자신이 지고 올 수 있을 만큼 솔잎이나 솔또롱 등을 주우러 다녔다. 자연재료인 지들커는 연탄, 석유, 전기가 들어오면서 점차 가정으로부터 멀어졌다.

전통 땔감인 지들커는 제주사람들의 생활의 지혜를 엿보게 한다. 농사를 짓고 난 후의 부산물도 다양하게 쓰였다. 고구마줄기와 콩깍지는 마소의 먹이면서 필요시 지들커로도 사용했다. 조코고리(이삭)를 캐고 남은 줄기들은 마소의 먹이로만 활용되었다. 보리 까끄레기는 비를 안 맞게 잘 눌었다가 겨울이면 굴묵 짓는데 사용하였고 말린 소똥 또한 훌륭한 굴묵(난방으로 쓰는 아궁이) 재료로 쓰였다.

지들커는 확보하기가 쉽지 않았다. 소똥을 주우러 갈 때는 망태를 둘러메고 아침 일찍 나가 남들이 줍기 전에 모았으며, 젖은 소똥은 모은 후 손으로 동그랗게 떡처럼 만든 후 돌담에 붙였다. 소똥 한쪽이 마르면 뒤집어 반대쪽을 말려 저장해 두었다가 난방연료로 사용했다. 이런 소똥의 이용 방법은 몽골의 대표적인 습속이기도 하다. 자연재료인 지들커의 이용은 자연과 인간이 함께 공존하는 생활의 지혜라고 생각한다.

사실 우리를 더욱 춥게 만드는 것은 계절로서의 겨울이 아니다. 우리를 불신케 하고 생활을 어렵게 만드는 세상의 부패와 불신의 정치가 우리들의 진짜 한파인 것이다. 이제 우리에게는 추운 겨울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라는 과제가 남아 있다. 온 세상 사람들이 이 위기의 시대를 극복하기 위해 정의로운 마음의 지들커를 지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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