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꾸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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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업 논설위원
법은 만인에게 평등해야 한다. 그 집행 또한 공정해야 한다. 그래야 사회정의를 담보할 수 있다. 우리 헌법 제11조에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이나 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해 정치적ㆍ경제적ㆍ사회적ㆍ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된 건 그래서다.

하지만 과연 법은 만인에게 평등할까. 아마 “글쎄요”라고 답하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게다. ‘유전무죄 무전유죄(有錢無罪 無錢有罪)’란 말이 있듯이 법은 강한 자나 있는 자에게 관대하고, 약한 자나 가난한 자에겐 엄격한 잣대를 적용돼 왔음을 부인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법이 불신을 받는 이유에 속한다.

▲법(法)은 ‘물 수(水)’에 ‘갈 거(去)’가 합쳐진 한자다. 재판관이 범인을 포대 자루에 넣어 물속에 수장시켜 버렸다 하여 만들어진 글자다. 사전적 의미는 국가의 강제력을 수반하는 사회 규범을 말한다. 국가 및 공공 기관이 제정한 법률, 명령, 조례, 규칙 따위이다. 사회 질서를 유지하고 정의 실현을 목적으로 한다.

미꾸라지는 미꾸릿과의 민물고기다. 한자어론 추어(鰍魚) 혹은 이추(泥鰍)라고 한다. 자기 자신에게 이롭지 않으면 요리조리 살살 피하거나 교활하게 빠져 도망가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거나 상황을 묘사할 때 쓰이기도 한다. 거의 모든 나라에서 그렇다.

▲법꾸라지는 법률과 미꾸라지가 합성된 신조어다. 인맥, 정보, 지식 등과 결합한 법률 권력 및 기술을 이용해 미꾸라지처럼 민주 질서를 흐려놓으며 법에 의한 처벌을 능수능란하게 피해 가는 사람을 가리킨다. 대체로 권력 남용, 이권 챙기기, 인사 개입, 뇌물 수수, 탈세, 오리발 내밀기, 말 바꾸기, 증거 인멸 등에 아주 능하다.

▲그런데 비아냥 섞인 이 신조어가 최근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정국에서 널리 회자되고 있다. 각종 의혹과 혐의를 받고 있는 한때의 권력자들이 해박한 법률 지식과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교묘히 법망을 빠져나가고 있어서다. 박근혜정부 내내 실세로 군림했던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바로 대표적이다.

두 사람은 국회 청문회 과정에서 모르쇠, 동문서답, 불출석 등으로 국정농단의 책임을 피하려 했다. 김 전 실장과 함께 ‘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의 중심에 선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역시 모르쇠로 일관하다 정치권 일각으로부터 법꾸라지 꼬리표가 붙어졌다.

이들의 법꾸라지 행태는 국민들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법이 만인에게 평등하다면 그들을 반드시 법정에 세워야 한다는 게 촛불 민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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