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과 미국의 권위 있는 사전들이 주로 선정하는 ‘올해의 단어’(word of the year)는 일 년 동안 사람들의 입에 가장 많이 회자되었던 중요한 단어를 말한다. ‘올해의 단어’는 한 해 정치적 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미쳤거나 그 해의 분위기와 세태를 가장 적절하게 반영하는 단어들 중에서 통상 연말에 발표된다.
작년 말에 유명 사전들에 의해 뽑힌 단어들은 무엇일까?
영국 옥스퍼드 사전이 약 1억 5000만 단어들 중에서 뽑은 2016년의 대표 단어는 ‘탈 진실적인’을 의미하는 ‘post-truth’이다. 옥스퍼드 사전은 이 단어를 객관적 사실보다 감정과 개인 신념에 호소하는 것이 여론 형성에 더 영향을 미치는 상황을 뜻한다고 했다. 영국의 EU 탈퇴와 미국의 대선 과정에서 기득권층에서 나온 사실(fact)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고조되면서 이 단어 사용량이 2000% 증가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영국의 콜린스 사전은 ‘Brexit’, 즉 ‘영국의 EU 탈퇴’를 2016년의 대표 단어로 뽑았다. 작년 6월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묻는 국민투표 때문에 이 단어는 3400% 늘었다고 콜린스 사전은 설명했다.
영국의 케임브리지 사전이 선택한 2016년의 대표 단어는 ‘paranoid’(피해망상적인)였다. 다른 사람들이 자기를 좋아하지 않거나 자기에게 해가 될 것이라 믿기 때문에 매우 불안하다는 뜻이다. 유럽연합에서 영국의 이탈은 영국과 유럽에 상당한 불확실성을 가져왔으며,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의 당선은 기존에 지켜왔던 가치를 더 이상 믿을 수 없게 한 일로 여겨졌다. 사전 담당자인 니콜라스는 “2016년에 사람들이 전년도와 비교하여 보다 많은 불확실성과 불안 및 혼돈의 상황을 목격하면서 그 단어를 자주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불확실성의 사회에서 믿을 수 없는 것이 현실적인 것이 되는 세태를 반영하는 ‘surreal’(초현실적인)을 2016년의 대표 단어로 선택한 것은 미국의 메리엄-웹스터 사전이었다.
이 단어는 작년 3월 벨기에 브뤼셀 테러, 4월 미국 팝스타 프린스의 사망, 7월 프랑스 니스 테러 이후 사용이 늘다가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 직후에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현실적인 일들이 실제로 일어나는데서 오는 충격과 놀라움으로 사람들은 그 단어를 많이 찾은 것으로 여겨진다.
미국의 온라인 사전인 Dictionary.com은 ‘xenophobia’를 2016년의 대표 단어로 골랐다. ‘외국인들이나 다른 문화권 사람들에 대한 혐오나 두려움’을 뜻하는 이 단어는 영국의 EU 탈퇴, 이슬람 과격단체에 의한 테러, 시리아 난민, 트럼프의 불법 이민자 추방 공약 등으로 뉴스의 중심 단어가 되었다.
이 밖에 독일어학회는 ‘post-factual’(탈 사실적인)이란 뜻의 ‘postfaktisch’를 2016년의 대표 단어로 선정했다. 이 단어는 옥스퍼드 사전이 고른 ‘post-truth’처럼 사실 보다는 감정에 호소하는 것이 여론에 더 영향력을 미친다는 뜻이다.
마지막으로 2016년 미국방언학회의 대표 단어인 ‘dumpster fire’는 ‘극도로 참혹하거나 혼란스런 상황’을 뜻한다. 문자 그대로는 ‘대형 쓰레기통의 불’이라는 말이지만 통제 불능의 재난과 같은 상황을 함의한다. 작년의 미국 대선은 그 자체 혼돈의 상황이었다고 할 정도로 선거운동 과정에서 이 단어의 사용량이 많았다.
이처럼 2016년을 장식한 단어들은 대부분 어둡고 불안하며 두려운 느낌을 갖게 하는 부정적 의미의 단어들이었다. 영국의 EU 탈퇴, 트럼프의 막말 선거운동, 각종 테러와 난민 문제들이 뒤엉켜 어두운 메시지를 주는 단어들이 2016년의 대표 단어들로 선정되었다. 2017년에는 불안과 두려움과 같은 부정적 의미의 단어들 대신에 용기와 희망 그리고 기쁨과 웃음을 주는 긍정적 의미의 단어들이 대표 단어들로 선정되길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