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돌이 야구부
떠돌이 야구부
  • 제주신보
  • 승인 2017.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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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동철 사회부장
제주출신 야구 선수로 강민호(32·롯데 포수)와 고원준(27·두산 투수)이 활약하고 있다.

둘 다 신광초에서 야구에 입문했다. 이들 만큼 장래가 촉망받았던 선수로 제주남초 출신 황목치승(32·LG 내야수)이 있다.

일본인이던 할아버지가 제주로 이민을 와서 결혼을 하고 국적을 얻으면서 황목(荒木·아라키)이라는 성을 이어받았다. 일본에서 아라키는 흔한 성씨 중 하나다.

제주남초 5학년 때 야구를 시작한 황목치승은 기대주였으나 도내 중학교에 야구부가 없어서 육지 학교에 갈 뻔했다. 졸업을 앞둔 1998년 기적같이 제주제일중에 야구부가 창단됐다.

제주제일중 야구부는 황목치승과 제주남초 동기인 오두철(32·전 KIA 포수)을 영입하면서 이듬해 동대문야구장에서 열린 전국대회에서 포철중을 상대로 첫 승을 올렸고 기세를 몰아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황목치승은 어릴 적 대단한 유망주였다. 제주제일중 3학년 때 청소년 국가대표로 발탁돼 아시아대회에서 대표팀의 6전 전승을 이끌었다.

제주에 친선경기를 왔던 교토국제고 감독의 눈에 띄어 일본으로 유학을 갔다. 야구 명문인 아세아대학에 스카우트 됐다. 그런데 훈련 중 유격수로 출전한 황목치승은 상대 주자의 스파이크에 무릎을 치여 인대 2개가 끊어지는 큰 부상을 당해 재기에 어려움을 겪었다.

군 입대를 위해 제주에 돌아온 그는 아버지가 운영하던 당구장 일을 돕다가 제주삼다수 팀에 영입됐다. 2012년 생활체육 국제야구대회에서 삼다수팀은 황목치승의 활약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제주 출신 1호 프로야구 선수는 서귀포시 남원읍 출신으로 태흥초와 남원중을 졸업한 오봉옥(49)이다. 영남대 중퇴 후 삼성에 입단한 첫 해, 13승 무패로 승률 100%의 진기록을 세웠다. 그가 출전하는 날이면 어김없이 행운의 승리를 거두면서 더더욱 삼성 팬들의 관심을 끌어 모았다.

2007년 고향에 내려와 해체 위기에 놓인 제주제일중 야구부 감독을 맡으면서 꺼져가던 불씨를 살려놓았다.

묵직한 돌직구와 뚝심으로 ‘돌하르방 투수’라는 별명이 따라붙었던 오 감독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제주도에서 야구를 결심하면 대다수가 육지로 떠나간다. 초등학교 2곳, 중·고등학교 각 1곳밖에 야구부가 없으니 경쟁도, 발전도 힘들다”며 고충을 털어놨다.

이 같은 열악한 환경에서도 프로야구계에 제주출신들이 포진하게 된 것은 학교 야구부가 있어서다. 도내 야구부는 제주남초·신광초, 제주제일중, 제주고 등 4개 학교에서 운영되고 있다.

그런데 학교 야구부의 축이 흔들리고 있다. 배드민턴·농구·배구 등 실내스포츠 인기가 높아지면서 야구장을 줄이고 각 학교마다 실내체육관을 신축하고 있어서다.

제주제일중 운동장에도 2년 전 실내체육관이 들어서면서 훈련 공간이 사라졌다. 오 감독이 이끌고 있는 야구부는 마을운동장을 전전하며 떠돌이 훈련을 하고 있다. 이로 인해 선수 29명 중 10명이 그만뒀다.

제주남초도 올해 38억원을 들여 체육관을 겸한 다목적강당을 신축한다. 좁아진 야구장에선 안전상 훈련을 하지 못하게 돼 야구부 존폐 위기까지 몰렸다. 지난해 전국유소년야구대회에서 우승을 이끈 6학년 선수 전원이 육지에 있는 중학교로 전학을 갈 예정이다.

제주시지역 130여 개 학교 및 마을 운동장은 축구경기장으로 설계돼 있다. 학부모들은 일부라도 야구가 가능한 다목적운동장으로 개선해 주길 바라고 있다.

야구부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없는 한 메이저리그 아시아 선수 최다승(124승)을 기록한 박찬호와 같은 대스타는 제주에선 나오기 힘들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