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포럼] 선거, 스포츠가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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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와 스포츠는 닮은 측면이 있다. 경쟁 상대가 있고, 유권자 또는 관중이 어느 한쪽을 선택하고 응원한다. 예선을 거쳐 본선에서 최종 승자가 가려지는 것도 비슷한 절차다. 승패 또한 뚜껑을 열어 봐야 알 수 있다. 판세를 미리 예상하지만, 이외의 결과가 많다. 예상은 그저 예상일 뿐이다.

하지만 선거와 스포츠의 최대 공통점은 목표다. 둘 다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것이다. 선거, 스포츠 무대서 2등이란 별 의미가 없다. 특히 승자독식의 게임인 선거에서 더욱 그렇다. 그래서 선거판을 흔히 총성 없는 전쟁에 비유한다. 선거에서의 낙선은 정치적 도산이나 다름없다. 이런 우스개 소리가 있다. “원숭이는 나무에서 떨어져도 원숭이지만, 국회의원은 선거에서 떨어지면 사람이 아니다.”

선거의 계절이다. 내달 19일엔 제17대 대통령선거가 실시되고, 제주에서는 첫 직선 교육감선거가 함께 치러진다. 하지만 대선을 불과 한 달여 앞둔 지금 우리는 혼란스럽다. 예측할 수 없는 돌발변수가 튀어 나오고 각종 시나리오가 무성하다. 열흘 후면 후보등록이 시작되지만, 대진표가 아직 분명치 않다. 이런 가운데 정당정치의 생명이라 할 수 있는 정책검증은 실종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대통령선거가 전례 없이 대혼돈 양상을 띠고 있으며, 유권자인 국민의 이성적 판단이 흐려질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흔히 선거를 가르켜 민주주의 꽃이요, 축제라 일컫는다. 주권자인 모든 국민이 다 국가경영에 참여할 수 없기에 그 대표를 뽑아야 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가장 훌륭한 정치제도가 선거인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선거문화는 여전히 후진적이다. 원색적 비방과 흑색선전이 난무하고 지역감정에 호소해 표를 얻으려 한다. 온갖 비리와 불·탈법의 경연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지방 선거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혈연 학연 지연 등 각종 연줄로 표 계산을 하고, 경조사를 찾아 다닌 후보자의 발품이 경쟁력으로 통한다. 친인척이 갈등하고 동네가 갈리고… 선거후엔 언제나 후유증으로 몸살을 앓는다.

이 선거 정국에서 스포츠가 던지는 교훈을 생각한다.

스포츠가 드라마틱한 것은 오로지 실력과 자질로 승부가 나기 때문이다. 무슨 무슨 시나리오가 필요 없다. 모든 사실은 경기장에서 판가름난다. 그 곳에선 승부의 짜릿함과 아쉬움, 그리고 또 다른 도전이 존재할 뿐이다.

정해진 룰에 따라 선수들은 열심히 경기에 임하고, 관중들은 최선을 다한 게임에 승패를 떠나 박수를 보낸다. 스포츠에서는 또 승부 못지않게 페어플레이를 중시한다. 경기장에서 반칙이 통용되는 한 그것은 경기가 아니다. 그리고 선수들은 결과에 승복하며 절치부심 다음을 기약한다. 스포츠에서 경기에 이기려면 평소 훈련에 매진해야 한다. 선거에서는 정책이 그것이어야 한다. 그렇지만 우리 선거는 정책보다는 시나리오나 변수에 신경이 곤두서있다.

스포츠처럼 우리 선거가 투명하고 담백해질 수는 없을까.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오리무중의 정치현실 속에서 스포츠의 감동을 기대하는 것이 무리일 지 모른다.

관건은 역시 유권자에 달렸다.

훈련을 열심히 해 멋진 승부를 연출하고 페어플레이를 실천하는 선수에게 박수를 보내는 것처럼 그런 후보에게 관심을 기울이자.

공정한 룰 아래서 펼쳐지는 정정당당한 승부. 선거와 스포츠가 무대와 영역이 다를지언정, 이의 실천을 공통 분모로 할 때 관중이나 국민에게 감동으로 다가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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