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프레임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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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업 논설위원
프레임(Frame)은 사전적 의미가 많은 단어 중 하나다. 자동차ㆍ자전거 따위의 뼈대, 신문ㆍ잡지 등의 박스기사 테두리, 영화나 TV방송의 장면 한 컷, 사람ㆍ동물의 골격, 창문이나 액자의 틀, 안경테 등 그 쓰임새가 다양하다. 한데 최근엔 ‘사고(생각)의 틀’을 지칭하는 용어로 널리 통용되고 있다.

미국의 저명한 미디어 비평가인 토드 기틀린은 프레임을 ‘현실에 대한 인식, 해석, 제시, 선택, 강조, 배제와 관련된 지속적인 패턴’으로 정의를 내리기도 했다. 정치공학에선 ‘사람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결정하는 정신적 구조물’이란 뜻으로 사용된다.

▲미국의 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는 자신의 저서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미국 진보세력은 왜 선거에서 패배하는가’에서 재미 있는 이론을 제시했다. 이른바 ‘프레임 이론’이다. 그는 “어떤 사람에게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라’고 말하는 순간 상대방은 코끼리를 생각하게 된다”고 했다.

즉 사람들에게 어떤 사고의 틀을 주면 사람들은 다른 중요하고 본질적인 일이 벌어졌는 데도, 그 주어진 틀에서만 인지하고 판단하려 한다는 것이다. 레이코프는 “상대방의 프레임을 부정할 수록 오히려 그 프레임은 강화된다”고 프레임의 효과를 설명했다.

▲정치권에선 “권력을 잡으려는 자, 프레임을 잡아라”란 말이 낯설지 않을 정도로 일반화됐다. 어느 한쪽이 특정 이슈를 선점해 프레임을 형성하고 나면 다른 쪽은 아무리 노력해도 끌려가는 모양새가 될 수밖에 없다. 특히 한 번 잘못 걸리면 헤어나기가 쉽지 않다.

프레임은 진실 여부를 떠나 그 자체가 일종의 이데올로기적 효과를 갖게 돼 사람들에게 선입관을 심어준다. 그러니 씨름판의 샅바 싸움처럼 자신에게 유리한 구도를 짜고 사람들의 사고 틀을 먼저 규정하는 쪽이 정치적으로 승리할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 프레임 대결이 선거판을 휩쓸고 있는 이유다.

▲지난해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는 당초 예상을 깨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프레임 전쟁에서 힐러리 클린턴을 압도한 요인이 크다. 트럼프는 다수의 국민이 원하는 ‘미국 우선주의’를 내걸어 백인 저학력ㆍ저소득층의 열광적인 지지를 이끌어 냈다. 반면 클린턴이 주창한 ‘세계경찰 역할론’은 그리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헌정사상 유례없는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지는 대선 보궐선거(5월 9일)가 코 앞으로 다가왔다. 민심을 선점하려는 대선주자들 간 프레임 다툼도 가열되고 있다. 지금까지 대결 구도는 ‘적폐 청산’과 ‘국민 통합’으로 압축되는 양상이다.

과연 이번 대선에서 어떤 프레임이 ‘코끼리’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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