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의 역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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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중 논설위원
‘할아버지의 재력과 엄마의 정보력, 그리고 아빠의 무관심.’

아이를 명문대 보내려면 사교육을 많이 시켜야 하고, 부모의 재력으로도 모자라 할아버지까지 도와야 한다는 우스갯소리다. 우리의 뜨거운 교육열을 풍자적이면서도 정확하게 짚어내고 있다. 여기서 교육열은 대개 엄마의 아들·딸에 대한 교육열이다.

우리 아이가 뒤처져서는 안 된다는 욕심에 무리를 해서라도 사교육에 집착한다. 학과, 예체능은 물론이고 인성예절교육까지 과외를 시키는 마당이다. 그런 탓에 우리나라 사교육 시장 규모는 연간 30조원을 웃돈다고 한다. 올 정부 예산의 8% 수준이다.

대학 입학으로 사교육이 끝나는 것도 아니다. 취업 준비생 10명 중 4명은 취업을 위해 사교육을 받은 적이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부모들의 자녀 교육 방식을 평가하는 ‘양·질(量·質) 모델’이 있다. 이탈리아 경제학자 알레산드로 시그노가 만들었다. 양은 자녀수이고 질은 자녀의 교육수준이다. 부모는 제한된 예산 내에서 양과 질을 조정한다.

교육을 통해 자녀의 미래를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다고 판단될 때 양보다 질을 선택한다. 자식을 적게 낳아 집중적으로 가르치는 게다. 반대로 공부 외에도 성공할 대안이 있는 경우 교육 지출을 줄이고 자식을 더 낳아 기른다.

이 모델을 기준으로 하면 우리는 교육의 질에 집중하는 사회다. 대부분의 부모가 자식을 한두 명만 낳아서 남부럽지 않게 키우는 데 올인해서다.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각종 학원으로 내몰려 고교 졸업 때까지 수십 군데를 거쳐가는 게 보통이다. 사교육이 팽창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사교육을 많이 할수록 아이들 창의성이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책 연구기관인 육아정책연구소가 5세 유아와 초등 2학년 등을 상대로 창의성 검사를 실시한 결론이다. 유아 때부터 학원을 돌리면 생각하지 않고 정답만 찾는, 창의성이 쇠퇴된 아이를 만든다는 경고다. 주입식 교육에 익숙하다 보면 혼자 공부할 때 불안감을 느끼거나 공부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조사도 있다.

사교육이 기생하는 건 공교육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탓이다. 교육당국이 이를 회복하기 보단 사교육 전체를 타도 대상으로만 보는 건 책임을 엉뚱한 곳에 미루는 것과 다름없다.

어른들이 불행해도 아이들이 행복하면 희망이 있는 세상이다. 근데 학생들은 지금이 역사상 가장 잔인한 대입제도라고 한다.

그 고리를 끊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는 밝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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