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
가짜뉴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함성중 논설위원

조선 중종 때 개혁을 주도했던 조광조는 정적들의 모함으로 38세의 짧은 생을 마쳤다.

정적들이 뽕나무 잎에 꿀을 발라 벌레들이 파먹게 해 ‘주초위왕(走肖爲王)’ 글자가 보이게 하는 술수를 썼다고 고사는 전한다. 주초(走肖)를 합치면 조(趙)가 된다. 조광조가 왕이 될 역모를 꾸민다는 증거로 이 잎을 중종에게 보였다는 것이다.

사약을 받아든 조광조는 ‘밝고 밝은 햇빛이 세상을 굽어보고 있으니 거짓 없는 내 마음을 훤하게 비춰 주리라’는 절명시를 남겼다. 역모 누명사건의 대표적인 예로 사림 선비들이 억울하게 죽은 기묘사화의 발단이다.

개혁세력들에게 염증을 느끼던 터라 조광조가 왕이 된다는 소문은 임금의 눈을 멀게 했다. 이 황당한 비과학적 언로는 침체에 빠진 조선을 개혁시키지 못한 오욕의 역사로 남았다.

▲가짜 뉴스의 습격은 정보화의 부작용 가운데 하나다. 지난해 ‘프란치스코 교황, 트럼프 후보 지지’ ‘메르켈 독일 총리, 아돌프 히틀러의 딸’, ‘엘리자베스2세 영국 여왕 서거’ 등 가짜 뉴스가 판쳤다.

엉터리 정보를 담은 가짜 뉴스의 문제는 진실과 거짓의 경계가 허물어진다는 점이다. 가짜 뉴스를 진실로 믿은 이들이 인터넷에서 퍼 나르면서 진실 왜곡과 사회 혼란을 초래하곤 한다. 가짜 뉴스가 진짜 뉴스보다 더 주목받는 시대가 된 것이다.

심지어 가짜 뉴스가 미국 대선 판도를 바꿨다는 말까지 나온다. 미국 선거일 전 3개월간 인터넷상에 공유된 가짜 뉴스는 870만 건이고 이는 진짜 뉴스 공유횟수인 736만 건보다 많았다. 가짜 뉴스가 트럼프 지지층의 연대를 형성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맹위를 떨치는 가짜 뉴스가 한국 대선 판에도 영향을 미칠 태세다. 가짜 뉴스는 SNS를 타고 급속히 퍼지는 탓에 제대로 걸러내기가 어려운 게 문제다. 그런 내용에 독자의 믿고 싶은 마음까지 가세하면 사실상 막을 방법이 없다고 한다.

대선의 막이 오른 국내에도 가짜 뉴스 경계령이 내려진 마당이다. 정부와 SNS업체, 이용자들이 바짝 긴장하지 않으면 당하는 건 시간 문제다. 수백만 건의 기사가 유통되는 페이스북이 가짜 뉴스 확산의 진원지로 지목돼 트럼프 당선의 일등 공신으로 공격을 받았을 정도니 말이다.

그런데 ‘청와대 1인자는 최모씨’ ‘말 타고 명문대 입학’ 등 낭설로 여겼던 일들이 사실로 드러났다. 정확성이 생명인 뉴스도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기가 힘든 시대가 됐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