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용(龍)이 하늘을 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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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업 논설위원
용(龍)은 상상의 동물이다. 여러 동물의 장점을 따서 그 형상을 만들었다. 낙타의 머리, 사슴의 뿔, 토끼의 눈, 뱀의 목덜미, 소의 귀, 이무기의 배, 잉어의 비늘, 호랑이의 주먹, 매의 발톱을 갖고 있는 동물이 용이다. 위나라 장읍(張揖)이 지은 ‘광야(廣野)’라는 책에 쓰여 있는 내용이다.

용은 재앙을 물리쳐 복을 가져오는 희망과 길조(吉兆)의 상징이다. 하늘을 날면 머리와 꼬리만 보일 뿐 몸통은 구름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다. 아래론 깊은 연못에 잠길 수도 있고, 위론 구만리 창천(蒼天)까지 솟구치며 비구름을 마음대로 부린다. 여의주를 입에 물고 무소불위(無所不爲)의 존재로서 모든 조화를 부릴 수 있다.

자고(自古)로 동양에선 용은 왕권이나 왕위 등 ‘절대 권력’의 표상(表象)이었다. 왕은 용의 혈통을 이어받았다고 해서 용에 비유됐다. 왕의 얼굴은 용안(龍顔), 왕의 수염은 용수(龍鬚), 왕이 앉는 자리는 용상(龍床), 왕이 입는 정복은 용포(龍袍) 등으로 표현됐다.

▲주역(周易)은 변화무쌍한 세상일의 앞날을 예측하기 위한 점복서(占卜書)다. 여기엔 잠룡(潛龍), 현룡(見龍), 비룡(飛龍), 항룡(亢龍) 등 여러 단계로 변모하는 용이 등장한다. 물속에 있던 용이 변신을 거듭하며 하늘로 승천(昇天)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게다.

잠룡은 깊은 연못 속에 잠겨있는 용으로, 아직 때를 만나지 못한 인재들을 칭한다. 현룡은 물 밖으로 모습을 드러낸 용으로, 큰 뜻을 품은 사람이 세상에 두각을 나타낸 상태를 말한다. 비룡은 하늘로 치솟아 훨훨 날아오르는 용으로, 제왕 자리 오른 인물이다. 항룡은 하늘 꼭대기까지 올라간 용으로, 더 이상 올라갈 곳이 없는 최정상의 자리를 의미한다.

▲우리나라에선 대통령 후보군을 일컬어 곧잘 잠룡이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나머지 세 단계 용을 대선과 연결해 보면 현룡은 각 당의 대권 후보로 최종 확정돼 세인(世人)들의 이목이 집중된 인물들이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정의당 심상정 후보 등 5개 주요 정당 후보들이 바로 그들이다.

비룡은 진검승부 끝에 마침내 대선에서 승리를 거머쥐며 대통령에 당선된 후보를 가리킨다. 항룡은 취임식을 거쳐 행정부 수반이자 국군통수권자로서 권력의 정점에 서 있는 현역 대통령에 해당할 것이다.

‘5ㆍ9 장미대선’ 이 27일 앞으로 다가왔다. 판세는 오리무중(五里霧中)이다. 과연 다섯 마리 현룡 중 하늘로 솟구쳐 비룡이 되는 용은 누구일까. 벌써부터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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