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빨간 자전거(김동화 저)
시골 사람들의 일상과 인정을 서정적으로 그려낸 만화 에세이. 우편 배달부가 전하는 시골의 삶은 아름다운 이상향이다. 쉽고 친근한 만화요 글이지만 울림은 결코 가볍지 않다.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향수와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행복은 무엇인지 등 묵직한 화두를 던진다.

 

▲대담자
박제숙: 아름다운 동네 난드르(대평리)에서 ‘안녕, 좋은하루’ 라는 갤러리 겸 카페 운영. 서귀포시 중문 출신. 경기도에서 국공립 어린이집을 운영하다 4년 전 제주에 내려왔다. 카페에서 그림 전시와 즉석 음악회를 하는 등 따뜻한 지역문화 형성에 힘쓰고 있다.


강미경: 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 위원. 서귀포시 하원동 출신. 보험 설계사를 하며 차를 마시고 책 이야기를 즐긴다. 하루에 마시는 커피와 차가 10여 잔. 최근 유치원 자원봉사를 시작했으며, 버스를 타고 가다 아름다운 경치를 음미하려자주 걷는다.


나라를 이끌 인물로 누가 좋을지 장미대선이 초미의 관심이다. 팍팍한 일상과 무한 경쟁 때문에 소중한 일이 무엇인지 생각할 겨를도 없는 우리네 서민들의 일상. 우리는 마음 푸근한 하루하루를 지내기 원한다. 점점 각박해지는 현실에서 수채화 같이 아름다운 고향 이야기를 마음에 담고 싶어 한다.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느끼는 애환을 치유해 줄 에너지를 배달하는 ‘빨간 자전거’를 탄 대통령은 언제  만날 수 있을까.


강미경(서귀포시민의책위원회 위원, 이하 ‘강’): 빨간자전거 하면 어떤 생각이 떠오르나요?
박제숙(이하 ‘박’): 편지와 기다림이 떠오릅니다. 갈색 가방 속에 수많은 희노애락의 사연들을 가득 싣고 집집마다 다니던 우편배달부 아저씨를 기다리며 하루를 열고 하루를 닫았던 기억이 나구요. 돌담 너머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던 편지를 가져오는 빨간자전거는 그리움이었죠.

 

강: 책을 읽은 뒤 느낌은?
박: 너무 행복했습니다. 일상적이어서 지나치기 쉬운 얘기들을 따뜻하게 예쁘게 풀어놓았습니다. 힘들고 지치고 아프고 그립고 슬픈 일들을 빨간자전거를 통해 아름다운 감동으로 이끌어 내고 있습니다. 바람 불면 바람 분다고, 비 오면 비가 온다고 투덜거릴 수 있는 부정적 사고를 ‘바람이 문 열어주는 집’, ‘꽃비가 내리는 집’ 등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삶의 이야기로 감동을 주고, 가슴 속에 향수를 톡톡히 불러일으킵니다.


강: 가장 공감이 된 이야기는?
박: ‘야화리의 가을’ 편인데 사람과 자연의 어우러짐을 말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봄에 씨앗을 뿌리고 자연이 주는 햇빛과 비로 농사를 지어 수확을 하고, 그 수고로움을 쌓아서 혼자 누리지 않고 이웃집과 자식들, 친구들에게 두루두루 나눠주는 풍경입니다. 1년 동안 자연과 사람의 공동 작품인 가을걷이를 우편배달부가 자전거 가득 정을 싣고 배달합니다. 


너무나 당연한 풍경 같지만 우리 제주만 하더라도 온 지역의 땅이 파헤쳐지고 자연이 파괴되면서 과거에는 당연했던 삶이 점점 사라져버리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생활은 가진 것으로 꾸려가지만 삶은 베푸는 것으로 이루어진다고 하잖아요.


크지 않더라도 자연이 주는 혜택을 나누면서 예전처럼 제주의 넉넉한 인심과 정이 되살아났으면 합니다


강: 살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편지가 있는지요?
박: 군대간 아들이 보내온 첫 편지입니다. 너무나 그리웠던 편지를 받고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을 흘리며 읽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서랍장에 간직하고 이따금 볼 때마다 그때 감정이 살아납니다. 하지만 이제는 웃으며 볼 수 있음에 감사하죠. 아들의 첫 편지 이후 김광석의 ‘이등병의 편지’를 너무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이 노래를 들을 때면 가슴이 먹먹히 아려오는 듯합니다. 아들이 재수할 때 갑자기 쓰러진 아버지의 병간호를 맡아하면서 고생하다가 군대를 갔거든요.


강: 빨간 자전거를 타고 우편 배달부가 되어 배달하고 싶은 곳이 있는지요?
박: 요양원요. 자식, 남편, 아내 등 가족과 떨어져 홀로 외로이 가족들 올 날만 기다리며 사시는 분들에게 가족들이 손수 쓴 편지를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편지도 편지지만 사람들을 그리워하시는 분들이지요. 그분들에게 편지를 통해 정도 주고 사랑도 주고 소망도 주고 싶습니다. 행복바이러스죠.

 

   
▲ 카페 ‘안녕, 좋은 하루’에서 정겨운 이야기를 나누는 박제숙씨(왼쪽)와 강미경 위원.

강: 숫자 주소가 아닌 집주소를 만든다면 어떤 주소를 만들고 싶나요?
박: 달보며 별보며 문닫는집, 바람이 문여는집, 풀꽃 나르는집, 노을이 쉬어가는집 등 자연적인 집주소도 짓고 싶지만, 그래도 사람들의 향기가 있는 집 주소를 짓고 싶습니다. 착한웃음집, 말없이 머물다 가는집, 안녕 좋은 하루집, 쉼이 비집고 오는 집, 엄마 보고픈 날 오는집, 머뭇거리는 이야기가 시작되는집, 괜찮아요집 등등. 그중 하나를 꼽으라면 ‘착한 웃음집’으로 하려구요.


굳이 이유를 말하라면 착한웃음집이 자연과 잘 하모니가 될 것 같아서요.


강: 혹시 이 주소로 받고 싶은 편지가 있나요?
박: 남편이 오른쪽 손으로 쓴 편지를 받고 싶습니다. 7년 전 뇌출혈로 오른쪽 편마비가 와 불편하게 지내는 남편이 쓴 진솔한 속마음을 받아보고 싶어요. 머릿속에서는 생각을 하지만 말로는 표현을 못하는, 또 쓰고는 싶지만 오른쪽 손가락을 못 움직이니까 쓸 수가 없는 남편의 그 마음을 읽어보고 싶습니다.


남편은 신기하게도 왼손으로 그림은 그릴 수 있지만 생각을 글로는 전혀 못씁니다. 생각을 얘기하지 못하는 남편의 답답함과 내가 헤아리지 못하는 가슴속 이야기를 편지를 통해 받고 싶죠.


강: 이 책을 통해서 얻은 것은? 또 권하고 싶은 사람은?
박: 이 책의 임화면 야화리는 지도에는 없는 가상의 마을입니다. 작가가 다니면서 인상 깊었던 풍경들을 한조각씩 퍼즐처럼 맞춰 한 마을의 이야기로 꾸며놓았죠. 그런데도 가상 마을이 아니라 예전부터 있던 마을인 것처럼 일상의 소소한 삶이 그대로 펼쳐져 있어요.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기쁨이나 행복은 먼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가까이, 그것도 아주 가까이 있음을 새삼 발견했습니다. 내 가족의 옆집, 앞집, 뒷집에 더욱더 마음의 문을 열고 사람들에게 유익을 주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렵니다.


또한 편지뿐 아니라 사람들을 소통시키는 역할을 하는 빨간자전거 집배원을 보면서 나도 이 지역의 소통의 도구가 될 방법을 모색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빨간자전거는 청소년 권장도서이지만 오히려 청소년보다 이 책의 세대 배경인 50대 이후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물론 청소년들도 옛날의 따뜻한 이야기를 간접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겠지만 이왕이면 이 책과 비슷한 환경에서 살아온 50대 이후의 어른들이 읽으면서 예전의 따뜻함과 훈훈함, 아름다움을 일상에서 누리고 살았으면 합니다.


강: 책을 가까이 하기 위해 평소에 어떤 노력을 하시는지?
박: 첫째는 차분히 앉아서 읽지는 못할지라도 일하고 오가며 책 제목이라도 보고, 언제든 들춰볼 수 있도록 늘 가까이 두는 것입니다. 둘째는 집에서 제일 가까운 도서관을 이용하여 다 읽든 못 읽든 1회 대출할 수 있는 최대권수인 5권을 다 대출해옵니다. 도서관에서 빌려올 때마다 뿌듯함과 행복감에 하루가 즐겁습니다. 셋째는 책을 읽으면서 항상 소지하는 작은 수첩에 좋을 글귀를 메모해 놓습니다. 차를 타고 가다가 아니면 볼 일 보러 나갔다가 잠시 시간이 났을 때 차 안에서, 찻집에서, 일하는 가게서 언제든 다시 읽어보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