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전시공간 태부족한 ‘기록사랑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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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지정한 ‘기록사랑마을’인 대정읍 안성리가 기록전시관 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어이없게도 공간 협소와 인력 부족 탓이다. 고문서 등 사료의 가치를 감안하면 그 소중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럼에도 더없이 중요한 향토 기록물을 정리·보관할 전시공간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다니 갑갑함을 넘어 한심한 노릇이다.

안성리는 마을회관 2층 한 쪽에 132㎡ 규모의 기록전시관을 운영하고 있다. 총 31종 394점에 이르는 귀중한 옛 자료들이 보관돼 있다. 문제는 전시공간이 협소해 수집된 사료를 한꺼번에 공개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확보된 것 중 30%만 전시됐다. 국가기록원이 정한 향토기록전시관의 관리가 이렇게 허술하다니 말이 안된다.

그러다 보니 전국에서 역사학자와 대학생들이 기록전시관을 찾는 일이 빈번하지만 이용에 애를 먹고 있다. 전시공간이 부족해 대부분의 소장품을 묵혀두고 있어서다. 주민들도 고문서 보관에 필요한 항온·항습 장치조차 없어 관리방안 모색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관리협의체인 제주도와 서귀포시의 무관심이며 직무유기가 아닐 수 없다.

안성리 주민들은 일찍부터 고문서를 향사(마을회관)의 서통궤(목재함)에 잘 보관해 왔다. 4·3당시에도 향사에 있던 고문서가 불태워질 걸 우려해 서통궤에 넣어 마루 밑에 숨겨둘 정도였다. 그런 노력들이 이어져 소중한 사료들이 오늘날 기록유산으로 남은 것이다. 안성리가 국가 지정 제3호 ‘기록사랑마을’로 지정된 배경이다.

기록사랑마을은 민간 기록물의 관리기반을 마련해 기록문화에 대한 주민의식을 높이기 위한 사업이다. 안성리는 2010년 전국에서 세 번째로 지정됐다. 당시 제주도는 기록전시관 개관 이후에도 컨설팅을 꾸준히 지원해 마을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국가기록원과도 기록물 보존 협약을 맺은 걸 유념해야 한다.

선조들이 소중하게 보존한 기록물은 그 가치가 참으로 높다. 사료적 가치로도 그렇거니와 먼 훗날 고증학적 자료로서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것들이다. 그렇기에 고문헌의 보존처리와 현대적 활용은 무엇보다도 시급한 과제다. 제주도와 서귀포시는 선심성 예산을 최대한 줄여 1년이라도 빨리 안성리의 기록전시관을 꼭 확충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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