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전쟁
쓰레기 전쟁
  • 제주신보
  • 승인 2017.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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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봉. 환경운동가/수필가

‘폼페이 마지막 날’이란 영화가 있다. 이탈리아의 사라진 도시를 영상화했다. 지금은 많이 복원되었지만, 사람들이 아름다운 도시를 연상하던 고대 로마 도시는 화산폭발이란 재앙 앞에 힘없이 사라졌었다.

고대 로마 도시하면 생각나는 게 또 하나 있다. 도시가 밀집해 건설되면서 많은 사람이 운집하여 살았다. 빠른 도시 건설과 밀려드는 인구에 비하여 하수 처리 시설이 없었고 쓰레기 처리를 위한 시설도 아예 없었다. 사람들은 하수와 쓰레기를 창밖으로 버리며 살았다. 악취가 진동하면서 파리가 들끓었다. 얼마 가지 못하여 질병이 돌고 돌았다. 콜레라, 장티푸스, 이질…. 버려진 쓰레기 속에 부패한 음식물과 사체에서 세균이 번식하여 대재앙을 가져왔다.

주변에 썩은 물질이 있으면 악취로 역겹다는 것만 알지 위험하다는 것을 대부분 모르고 있다. 마을에 인접한 축산 농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악취가 주민의 건강을 얼마나 해치는지 이 부분도 사람들은 잘 모른다. 고대 로마 도시의 재앙은 알지만 현실은 무덤덤하니 그야말로 무지의 소치다.

쓰레기 문제만 해도 어떠한가. 클린하우스마다 넘치는 쓰레기들. 재활용되는 비율이 52%라고 하는데 도무지 그 수치를 믿을 수가 없다. 처리 시설이 포화 상태를 넘어서자 쓰레기를 처리하기 위하여 육지로 운반하며 막대한 예산을 낭비하는 실정이다.

각 관청에서는 쓰레기를 줄이기 위하여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하고 있다. 설명회를 열고, 쓰레기를 줄이는 방법에 대해 강의를 한다고 참석을 요구하기도 한다. 모집이 어려워서일까, 산재한 각 단체가 대부분 참석해 자리를 메운다.

고철 가격, 폐지 가격도 사상 최저다 보니 인건비는 고사하고 자동차 운반비도 되지 않는다며 수집하던 사람들이 손을 놓아 버리고 있다. 값이 오를 날이 있을 거라며 모아놓은 고철은 붉은 녹이 슬어 삭아 내린다.

분리수거를 유도해도 잘 지켜지지 않고, 막상 분리수거를 해 간 것도 처리장에서 다시 분리하고 있었다.

정기적인 바다 정화 활동에 11년째 참가하고 있다. 읍·면사무소에 연락하여 연안을 청소할라치면 열의를 가진 공무원은 분리수거를 부탁하며 쓰레기봉투를 내민다. 그런 공무원이 좋다. 요구대로 기쁜 마음으로 청소한다.

열의가 없는 일부 공무원은 뒷짐 지고 바라만 보다가 자리를 떠 버린다. 청소하든 말든 뭣 하러 귀찮게 왔느냐는 식의 공무원을 대할 때는 봉사할 마음마저 흔들린다.

해안가엔 해양 쓰레기를 담은 마대들이 곳곳에서 너덜거린다. 언제 담아놓은 것인지 방치돼 있다. 다시 담으려면 돈을 주고 사 온 포대가 또 소요된다. 빗물이 스며들어 더욱 처리가 어려워진다.

넘쳐나는 쓰레기 때문에 기관장이 읍·면·동을 돌며 하소연하고 있었다. 알 만한 단체들이 자리를 메우고 모두가 공감하며 암울한 미래를 걱정한다.

그런데 쓰레기 문제를 해결한다는 강연을 들으러 온 단체가 20여 개의 상자를 들고 들어왔다. 참석해 줘서 고맙다는 인사로 나눠주는 사은품이 과대 포장된 상품이 대부분이다. 저렴한 비용으로 사서 그런 걸까. 강연과 문제의식을 반감시키고 있었다.

쉬는 시간에 음료수, 빵, 과자를 먹고 난 포장지도 수북하게 쌓인다. 저걸 어떻게 해야 하나. 쓰레기 발생 원인은 억제하지 않고 줍는 것만 걱정하고 있으니 한심하다.

타성에서 벗어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