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제주시 조천읍 선흘곶자왈에 있는 동백동산.
람사르습지로 지정된 이곳에선 드레스를 입은 여성들이 플라스틱 끈과 스펀지로 나무를 감싼 후 꽃을 꽂아 넣었다.
이들은 왕벚 나뭇가지와 고사리류를 꺾은 후 장식 소품으로 이용했다. 서울에 있는 모 플라워업체가 마련한 이벤트가 열린 가운데 이들은 행사가 끝난 후 소품과 쓰레기를 치우지 않고 떠났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이 사실이 알려지자 이들은 다음날 이곳을 다시 방문해 쓰레기를 치웠다.
동백동산습지센터 관계자는 “서울에서 온 여성 7명은 사전 허락도 없이 문화재보호지역에서 이벤트를 열었다”며 “나뭇가지와 고사리류를 꺾은 행위는 사과를 한다고 해서 끝날 일이 아닌 것 같다”며 씁쓸해했다.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숲과 목장지가 이벤트 및 웨딩촬영 명소로 인기를 끌고 있지만 사유지에 함부로 들어와 촬영을 하고 행사를 열면서 주민들과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
다른 지방에서 온 예비부부들이 결혼을 앞두고 웨딩화보와 스냅 촬영 차 오름과 숲, 바다, 올레길 등을 찾고 있지만 자연보전이 필요한 곳에서 허락도 없이 마치 자기 집 앞마당처럼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쓰레기를 버리고 떠나면서 원성을 사고 있다.
이국적인 목장 풍경을 자랑하면서 웨딩 촬영의 성지로 불렸던 제주시 교래리 삼다수목장은 잦은 무단 침입이 발생하자 지난해 4월 경고문을 설치하고 외부인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
이곳은 넓은 초원과 드문드문 서 있는 독특한 나무로 인해 웨딩 촬영객들이 몰리다보니 쓰레기 투기가 반복되고 소와 말의 방역문제까지 불거지면서 출입이 통제됐다.
양상호 교래리장은 “축산인들이 공들여 목초를 키웠는데 웨딩 촬영객들이 밟고 지나가면서 수확에 차질이 벌어지자 삼다수목장 측에서 출입을 막고 있다”며 “경고문을 내걸어도 몰래 들어오는 사람들이 많아서 조만간 삼다수숲길 정문으로만 출입을 허용하는 대안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관광업계 관계자는 “연예인들도 제주에서 웨딩촬영을 하고 인터넷에 올리면서 많은 예비부부들이 몰려오고 있다”며 “주민들과 갈등이 벌어지지 않도록 행정에서 공한지를 활용해 웨딩촬영 장소로 선정해 주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