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와 싸우는 부모
자녀와 싸우는 부모
  • 제주신보
  • 승인 2017.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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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혜 엄마와 아이가 행복한 세상 ‘키움학교’ 대표

저는 초등학교 5학년 딸, 중 2 아들을 키우는 엄만데요. 아이들과 맨날 싸워요. 딸은 친구들과 너무 어울려 다니려고 해서, 아들은 스마트폰만 하고 있어서 잔소리 하다 보면 싸우게 되네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안 싸울 수 있을지 알아보고 싶어서 왔어요.

 

부모 교육 첫날 한 어머니가 이렇게 자기소개를 하셨다. 그런데 다른 어머니들도 동의하듯 웃는다.

 

여기서 잠깐, 부모가 자기 자녀와 ‘싸운다’는 단어를 쓰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진다. ‘싸우다’의 뜻은 ‘(어떤 사람이나 짐승이 다른 사람이나 짐승 또는 여러 사람이나 짐승이) 말이나 물리적인 힘으로 상대방을 이기려고 하다’라고 한다. 이 정의는 싸우지 않으면 이길 수 없기 때문에, 그러니까 힘이 누가 더 센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내 힘이 세다는 걸 증명하기 위한 행동이라는 뜻이다.

 

부모와 자녀의 관계에서 힘은 바로 권위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부모의 권위는 싸움이라는 단계를 거쳐 누리는 것이 돼선 안 된다. 그러면 이미 부모가 자녀와 동등하다고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부모의 권위는 사라진다.

 

그러니까 자녀와 싸우는 부모가 되어선 안 된다. 자녀를 가르치고 깨달을 수 있도록 도우려면 우선 부모 스스로 부모로서의 권위를 지키고 있어야 한다.

 

친구들과 너무 많이 어울려 다니는 딸이나, 스마트폰만 보느라 해야 할 일을 소홀히 하는 아들에게 대뜸 하고 싶은 말을 하라고 하면 거의 “넌 왜 그렇게 친구들과 돌아다니니? 숙제는 했니? 빨리 해라. 공부 안 하고 스마트폰만 하면 당장 없애버린다.” 등의 비난, 협박, 명령, 강요의 표현일 것이다.

 

누구라도 이런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지 않고 부모가 바라는 행동대로 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 것이다. 혹여나 부모의 말을 듣더라도 아이들은 당장의 잔소리를 피하기 위해서만 지시를 따를 것이다.

 

자녀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을 땐 (특히 좋지 않은 습관이나 생각을 바꾸게 하고 싶을 땐) 미리 언제, 어떻게 그 말을 할지 마음속으로 계획할 필요가 있다. 대화를 하게 되면 무슨 말부터 시작할지, 어떻게 표현할지, 긍정적 반응이 나오면 어떻게 하고, 부정적 반응이 나오면 어떻게 해야지, 정도의 설계는 하고 대화를 시작해야 효과적이다. 이런 대화를 하게 될 때, 내가 바라는 대로 결과가 되건 안되건 자녀에게 권위 있는 부모의 모습으로 각인될 수 있다. 당장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함보다 부모 자녀 사이에 신뢰와 사랑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면 어떤 경우도 권위는 손상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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