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한 장마가 시작됐다. 대학 시절 방학을 서울 하숙집에서 보내다 장마전선이 위로 넘어오면 줄넘기하듯 그때서야 고향 제주로 오곤 했던 기억이 있다. 곰팡이 슬고 눅눅한 냄새를 풍기는 장마철이 그만큼 견디기 힘들었다.

여름 장마는 장하(長夏)라는 또 하나의 계절로 오행(五行) 중 토(土)에 배속되며 운기로는 습(濕)에 해당한다. 그래서 이 시기는 습기로 인한 곰팡이와 쉰내만이 아니라 우리 몸 안팎에도 습이 찾아온다. 각종 피부 염증도 심해지고 음식 섭취로 인한 구토설사 등 소화기 장애도 생겨나는 것이다.

우리가 상한 음식을 먹었을 때 이에 대한 자가 치료 기전으로 위로 토해 내고 아래로는 설사를 내보낸다. 특히 장마철은 음식이 상하기 쉬운 데다 자외선 양이 적어져 세균이 번식하기 좋은 조건이 된다. 이것은 습한 여름철에 각종 식중독이 자주 생겨나는 이유로서 벌써 제주에는 장티푸스 환자가 발생해서 문제가 되는 상황이다.

여름 장마철에 생기는 이러한 모든 증상에 좋은 약재가 바로 곽향(藿香)이다. 방향화습약(芳香化濕藥)에 속하여 화습건비(化濕健脾) 작용이 강하다.

비장은 습(濕)을 싫어하므로 습탁(濕濁)이 쌓이면 비장이 상한다. 대개 곽향과 같은 방향성 약재는 습을 없애서 비장의 기운을 튼튼히 한다.

앞서 모든 증상들이 습에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비장에 문제가 생기면 구토설사에 복통창만, 소식권태(少食倦怠) 등의 증세가 생긴다.

평소에 비장이 약한 체질인 경우 여름에 날것을 먹고 탈이 잘 나기도 하고 여름철 감기에 쉬이 걸리기도 한다. 이러한 증상에도 역시 곽향이 좋다.

   
 

곽향은 배초향(Agastache rugosa) 또는 광곽향(Pogostemon cablin)의 지상부이다. 성산읍 일대에 배초향을 꾸준히 재배해 온 몇몇 농가가 있는데 한 논문에 의하면 이 곽향의 생육 상태와 특정 성분이 육지부 곽향에 비해 좋은 결과가 나온다고 한다. 꽃이 예뻐서 6차화도 가능한 만큼 정밀한 분석과 함께 제주의 특화 약용작물로 육성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효과가 더 우수하다는 광곽향 또한 광동성 등 중국 남부 일대에서만 생산되고 있는데 기후 온난화 대비 겸 제주에 광곽향 재배도 시도해 볼 만하다.

곽향 등의 방향성 약물은 유효 성분이 휘발성이므로 오래 달이는 것은 좋지 않다. 보고에 의하면 곽향은 살모넬라 및 대장균 억제에도 효과를 나타내며 곽향의 estragole 성분이 향균 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장티푸스는 단순한 식중독이 아니라 감염력이 높은 법정전염병이다. 전염병은 사후 치료보다 예방과 방역이 중요하다. 세균을 원천 차단할 수 있도록 물을 끓여 먹고 손을 씻어 예방하는 것이 우선이다.

요즘은 제습기가 요긴하게 쓰여 서울로 올라가지 않더라도 장마철 나기가 훨씬 편하다. 그래도 평소 장이 약하거나 습이 있는 사람이라면 장마철에는 곽향을 활용해 보는 것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