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익 삼성서을병원 교수(혈관외과과장)가 동료 의료진과 함께 환자의 치료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파이오니어(pioneer), ‘개척자’라는 뜻이다. 삼성서울병원 김동익 교수(58·혈관외과 과장, 성균관대 의과대학)와의 만남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다.


그는 20여 년 전 우리나라에 없었던 혈과외과라는 새로운 의료분야를 개척했고, 혈관질환 치료를 위한 줄기세포 연구를 통해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해 냈다. 그야말로 의료계의 개척자, 선구자라고 불릴만하다.


▲의사의 꿈을 품은 소년=그는 1959년 제주시 일도2동에서 태어나 일도초, 제주중앙중, 제주제일고를 졸업하고 한양대 의대에 진학했다. 그는 학창시절 평범한 학생이었다고 기억했다. 하지만 어려서부터 의사가 되겠다는 꿈만은 확고했다.


중·고교 시절과 달리 대학에서는 학생회 활동에 참여하는 등 활발하게 생활했다. 특히 전국을 다니며 많은 의료봉사 활동을 했고 의료봉사는 사람들을 알아가는 좋은 기회가 됐다.


인턴생활을 마친 군대 공중보건의로 소록도를 택했다. 나환자들과 함께 한 소록도를 “아름다운 기억”이라고 표현했다. 의사들마저 나환자를 피했지만 오히려 순수한 환자와 아름다운 섬에 감동을 받은 그는 1년 동안만 근무한다는 생각을 바꿔 2년을 근무했다.


▲파이오니어의 길=한양대에서 외과 전공의 과정을 거친 이후 전공 분야를 결정할 무렵 국내에는 없었던 혈관외과를 선택했다. 당시 국내 병원에는 혈관외과라는 간판 자체가 없었다.


그는 “혈관 환자를 치료하기도 힘들고 방법도 없었다”며 “만년 2등으로 갈 것인지, 아니면 모험을 해서 1등으로 가느냐를 결정해야 할 시기였다. 나의 미래를 위해 혈관외과를 선택했다”고 회고했다. 어찌보면 대단한 모험이었다.


혈관외과를 선택했지만 교육해 줄 의사도 없었던 시기다. 그는 결국 오사카대학으로 향했고, 1992년부터 1994년까지 2년 동안 일본에서 혈관외과를 공부했다. 의술을 익혀서 한국에서 치료한다는 확고한 목표가 있었다.


일본에서 돌아온 그는 삼성서울병원 창립 멤버로 우리나라 최초로 혈관외과라는 간판을 달았다.


혈관외과를 처음 시작했지만 의료계에서는 생소한 분야였다. 환자들도 혈관외과 자체를 몰랐다. 우리 몸에 혈관이 없는 데는 없다. 뇌와 심장은 신경외과와 흉부외과로 나눠지고, 그 분야를 제외한 모든 혈관을 다루는 게 혈관외과다. 동맥경화, 하지정맥류, 버거씨병, 선천성 혈관기형 등 굉장히 넓고 다양하다.


그는 전국을 다니며 혈관외과를 교육하고 제자들을 양성했다. 그리고 한국의 혈관외과 의술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는 “2000년대에 들어서니 우리나라에서도 혈관외과가 자리를 잡아가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에게는 지난해까지 2년 동안 혈관외과를 배우다 모국으로 돌아간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제자가 있었다. 사우디아라비아에 부족한 혈관외과를 공부하기 위해 그를 찾은 것이다. 그는 “그 제자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혈관외과 분야의 파이오니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TV 의료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는 김동익 교수.

▲자가골수줄기세포이식술=그는 또 다시 새로운 분야를 개척했다. 바로 2002년부터 시작한 줄기세포 연구다. 그는 “미래에는 줄기세포가 의학의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오늘날 그 예상은 적중했다”고 말했다.


버거씨병은 일명 폐쇄성 혈전혈관염이라고 불리는데 혈관 폐쇄로 인해 사지 말단이 괴사(세포나 조직의 일부가 죽음) 상태에 빠지거나 심할 경우 절단까지 초래할 수 있는 혈관질환이다. 혈관질환을 치료하는 약도 많이 개발됐지만 한계가 있었다.


그는 10년이 넘는 연구 끝에 자가골수줄기세포이식술이라는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했다. 이 치료법은 2013년 보건복지부로부터 신의료 기술로 인정받았고, 버거씨병 등 많은 환자들을 치료하는 치료법으로 활용되고 있다. 세계적인 업적을 이뤄낸 것이다.


대부분의 의사들이 기존의 치료법을 배워 환자를 치료하지만 스스로 세상에 없는 치료법을 만들어내는 일은 극히 드문 일이다. 질병으로 고통 받는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안겨준 대단한 성과다.


▲우물 안 개구리는 안된다=그의 연구와 의술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례적으로 아시아정맥학회장을 3년 동안 역임했고, 2015년에는 국제정맥학회를 유치해 대회장을 맡았다. 국제줄기세포학회지 편집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현재는 자신이 창립한 대한당뇨발학회 회장을 6년째 맡고 있고, 대한줄기세포학회장, 대한혈관외학회 이사장도 역임하고 있다.


그는 줄기세포를 비롯해 여러 분야에서 SCI(과학기술논문 색인지수)급 국제학술지 논문 150편, 국내학술지 논문 100편을 발표했고, 6권의 저서를 펴냈다. 올해도 한국에서는 유일하게 뉴욕에서 열리는 혈과외과 분야 세계 최고의 심포지엄에 강사로 초청을 받았다.


그는 “우물 안 개구리가 돼서는 안된다”며 “세계로 나가려면 세계적으로 우수한 사람과 만나고 우리의 실력도 보여줘야 한다. 우리의 위상을 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진실하고 최선을 다해라=의사로서의 덕목에 대해 그는 “솔직하고 진실하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사도 모르는 것은 모르는 것이다. 병에 대해서 모르면 모른다고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제자들에게 환자를 가족 같이 생각하라고 늘 주문한다. “환자를 가족이라고 생각하면 실수를 하겠느냐. 공부도 가족을 고치는 마음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자신이 외과 의사로 쌓아온 실력을 정립해 후배 양성에 도움을 주고, 환자들을 최대한 치료할 생각이다. 그는 “지방에서 올라 온 환자 중에 어려운 환자가 많다”며 최선을 다해 해결해야 하는 것이 자신의 몫이라고 했다.


그리고 줄기세포 연구에도 집중해 의료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또 하나의 성과를 남겼으면 한다는 소망을 전했다.


▲제주도는 어머니=그는 고향 제주를 “어머니와 같은 곳”이라고 했다. “제주도 출신들은 항상 제주를 향해 서 있다. 제주가 잘 돼야 나도 힘이 난다”며 “제주는 대한민국이 재산이다. 정말 잘 보전하고 아름답게 가꿨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고향 후배들에게 “꿈을 크게 가져야 한다. 제주도 사람이 떨어지는 게 하나도 없다”며 “물론 세가 약할 수도 있지만 본인이 열심히 노력하면 노력한 만큼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