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세에도 명예·사랑·존경이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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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종 서귀포지사장 겸 논설위원
명예 과세, 사랑 과세, 존경 과세….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초대기업과 초고소득자들에 대한 ‘부자 증세’를 위해 붙인 이름들이다.

국민 여론의 지지를 끌어내기 위한 네이밍이라고는 하나 참으로 어이가 없어 실소가 나온다.

▲과세는 세금을 정해서 그것을 내도록 의무를 지우는 것이다. 다시 말해 강제적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따라서 아무리 초대기업과 초고소득자에 대한 ‘핀셋 증세’라 하더라도 명예, 사랑, 존경을 붙여 여론을 호도하고 합리화하는 것은 지나가는 소도 웃을 일이다.

몇 해 전 조지 소로스, 워런 버핏, 빌 게이츠 등 미국 부유층 인사 20여 명이 미국의 재정절벽 타개를 위해 자발적으로 “최고 부자들의 상속세를 인상하자”고 했던 것처럼 초대기업이나 슈퍼리치들이 자발적으로 세금을 더 낸다면 모를까.

▲민주당은 이번 여론조사 결과 찬성률이 85.6%에 달한다는 점을 내세워 부자 증세에 대한 당위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 같은 결과는 ‘나는 증세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심리가 상당부분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걸 간과해선 안 된다. ‘남의 불행이 곧 나의 행복’은 아니더라도 슈퍼리치들에게 세금을 더 내게 하고 복지 혜택을 늘리겠다는 데 일반 소시민들이야 반대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정우택 자유한국당 대표가 “처음에는 고소득자를 대상으로 해도 결국 증세 범위가 확대돼 서민 부담이 증가하게 되는 도미노 증세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듯이 만일 증세 대상이 확대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보인다면 여론조사 결과는 확 달라질 수밖에 없다.

국민들의 조세 저항이 만만치 않으리라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이치다.

이런 이유로 상위 1%의 부자들만 대상으로 증세하겠다며 명예·사랑·존경 과세라는 미사여구(美辭麗句)를 동원하는 것이겠지만 문제는 정부의 국정 100대 과제 소요 재원 178조를 충당하기 위한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데 있다.

▲일각에서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대국민 설득과 공감대 형성을 통해 조세 형평성에 맞는 증세 논의에 나서는 것이 맞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세제 개편 논의가 가진 자와 그렇지 않은 자의 이분법적 프레임이 아니라 형평성과 소득 분배라는 큰 틀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경실련의 주장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정부가 재정지출도 확대하겠다면서 연간 4조원 추가 징수에 그치는 부자 증세를 명예·사랑·존경 증세라며 대국민 홍보에 나서는 것은 조세 저항을 피하려는 정략적 꼼수로 비쳐진다.

‘정성이 지극하면 쇠와 돌도 열린다(精誠所至 金石爲開)’는 말도 있듯이 사회적 합의를 통한 근본적 세제 개편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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